딸아이는 태어난 지 50일째가 지나면서 밤에는 5시간 통잠을 자는 아기였어요. 주변에서는 이런 아기는 책에서만 봤다며 난리였죠.
하루하루 커가는 딸아이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어서 복직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어요.
육아라는 것은 하루 종일 해도 끝이 없었고, 누구 하나 잘 한다 칭찬해 주지도 않더라고요.
삼시 세끼 밥 먹는 것도 전쟁 같았고, 씻고 화장실 가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 오히려 엄마는 원래 그런 거라며 옛날에는 더 힘들었다며 보태기에 바빴어요.
시간은 흘러 복직을 3개월 앞두고 회사에 인사하러 갔어요. 동료 직원들과 점심도 먹고 인사도 나누고 집에 가려는데 상사분이 따로 불렀어요.
"육아휴직 3개월 연장하고,
이후에 복직하는 거로 합시다." - 상사
상사의 말투는 아주 부드럽고 따뜻했지만, 저에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어요.
저보다 먼저 두 아이 휴직을 했던 선배가 15개월 휴직이 훨씬 좋다고 했다면서, 이왕 쉬는 거 3개월 더 쉬고 복직하라더군요.
저의 표정은 완전히 일그러졌어요. 이것은 회사의 결정을 따르라는 통보였거든요.
회사에서 그 선배에게 3개월을 더 쉬라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절감이었어요.
매년 인건비를 승인받아야 하는 공공기관에서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는 직원이 3개월이라도 쉬어주면 인건비 절감에는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회사 사정으로 휴직을 연장하는 것을 저를 생각해서 해주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좀 어이없었어요.
동료 직원들 중에는 곧 출산을 앞둔 이들도 있어 내심 제가 15개월을 다 써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어요. 그래야 본인들도 15개월을 마음 편히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열흘 이른 출산으로 급하게 휴직에 들어갔던 저는 복직마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에 좌절스러웠어요. 3개월을 딸아이 학교 입학했을 때 쓰고 싶었거든요.
출산과 육아를 하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모성으로 강요되는 책임과 의무가 더 컸으니까요. 회사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더 큰 무력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