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가 먼저 터지고 16시간 진통 후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하여 아이도 태어나자마자 검사를 했고, 저는 하혈을 많이 해 빈혈 수치가 아주 나빴어요. 수혈을 두 팩이나 맞으며 정신없이 누워서 하루 이틀을 보냈어요.
금요일부터 간신히 일어나 걷고, 움직이기 시작해서 식사도 하고 딸아이도 보러 다니기 시작했죠.
그리고 토요일 저녁, 갑자기 온몸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며 정신이 번쩍 났어요. 벌떡 일어난 저를 남편은 눈치챈 듯 괜찮다며 가만히 토닥여주더군요.
사실은 3월 28일 토요일에는 준비하던 국가자격증 시험이 있었어요. 날짜가 출산 예정일과 가까워서 시험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지만, 이왕이면 출산하기 전에 따두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막달이 가까울수록 배도 무겁고 몸도 힘들었지만, 나중에 아기 낳고 공부하기 더 힘들 것 같아 틈틈이 공부했어요.
출산 당일만 아니면 시험을 보고 싶다고 했고 남편이 운전해서 같이 가주겠다고 했었는데... 시험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가 버린 거죠.
목요일 새벽에 출산을 하고, 금요일, 토요일에는 가족 친지들이 병원에 많이 찾아왔어요. 지금과 달리 그때는 병문안을 많이 오는 편이었거든요.
남편은 먼저 알고 있었다고 해요. 날짜를 인지하면 제가 시험을 보러 가겠다고 난리를 칠 것 같아 조용히 있었답니다. 1년에 한번 보는 국가자격증 시험의 기회가 날아가 버려 속상한 마음에 병실에 앉아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울었어요.
시험을 못 본 것보다 모든 것이 그냥 다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안되는 걸 되게 하려고 억지로 애써온 지난 시간들이 야속하고 힘들어서요. 어떻게든 출산하기 전에 많이 이뤄두고 싶었던 마음이 가엾더라고요.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우며 컸지만, 결혼 이후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어요.
임신을 하고 막달이 다가올수록
"그래서 일은 언제 그만둘 거냐?" 는 질문이 쏟아졌어요.
이제 대학원 졸업하고 2년 일했는데, 왜 그만둘 거냐고 물어보는지 사람들에게 화도 났어요. 더 많이 일하고 배우고 싶었거든요. 정작 남편은 한 번도 그 질문을 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남편도 같은 질문들을 받았을텐데, 지나고 보니 그런 내색도 비치지 않았던 속 깊은 남편에게 더 고맙네요.
그렇게 엄마가 되고 처음 맞이한 토요일 저녁, 홀로 맨손으로 쌓고 있던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려버린 기분으로 병실 침대에 앉아 하염없이 엉엉 울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