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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일보다 열흘 빠른 출산

by 마잇 윤쌤

임신 6개월, 12월의 끝자락에서 회사의 이사를 마치고, 새해가 되었어요. 새로 이사한 사무실에서 밀린 업무를 하다 보니 시간은 금세 지나갔어요.


출산 예정일은 4월 4일, 저는 3월 31일 자로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어요. 마지막 주 3월 30일과 31일 정도만 연차를 내고, 일주일 정도 쉬며 출산을 준비할 생각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빡빡한 계획이었어요. 출산 예정일은 정말 예정일이고 앞뒤로 2~3주는 왔다 갔다 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인데 말이죠.


2015년 3월 21일 토요일, 남편과 검진 진료를 보려고 병원을 찾았어요. 마침 주치의 교수님도 해외 학회를 떠나서, 잘 모르는 교수님이 진료를 대신 봐줬어요.



"이런...

교수님 오시기 전에 낳겠는데...

이미 출산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해요.

자궁문이 열려있고,

아기 머리도 많이 내려왔어요.

아기가 언제라도

태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

- 마지막 검진해 준 교수님



아직 출근일을 일주일이나 앞둔 상태여서 정말 멘붕이었어요. 출근이 마무리되면 차차 준비하겠다고 출산준비를 모두 다 미뤄두고 있던 상태였거든요.


부랴부랴 회사에 이야기해서 그다음 화요일까지만 출근하기로 했어요. 책상의 짐들을 정리해 들고나오는 길에 감정이 복받쳐서 울음이 터졌어요. 배웅해 주던 동료 직원들도 함께 울었네요.


무엇이든 계획적으로 준비해서 실행하는 것을 좋아했던 저에게 임신과 출산은 정말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죠.


그렇게 회사를 정리하고 돌아온 그날 밤부터 진통이 시작되었고, 응급실로 향했지만 너무도 미미한 진통이니 집에서 지켜보다 더 심해지면 오라고 했어요. 분만실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금식이기 때문에 너무 고생할 거라면서요.


알려준 대로 집에 와서 하루를 보냈고, 아무런 소식이 없네라고 생각하며 또 하루가 지났어요. 남편과 둘이 집에 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어요.


산모 교육을 들어서도 알고 있었지만, 알려주지 않아도 알겠더군요. 양수가 터졌다는 것을요. 남편이 119를 불렀고, 구급차를 타고 다시 응급실로 향했어요.


진통은 미미했지만 이미 시작된 지 48시간이 지나 양수가 먼저 터졌더라고요. 그로부터 16시간을 꼬박 진통을 하고 결국 다음날 새벽 제왕절개 수술로 3월 26일 딸아이를 만났어요.


출산을 하는 과정은 정말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 고통스러웠어요. 진통시간이 길어서 출혈도 많았고, 진통 끝에 수술을 해서 하루 이틀은 거의 누워만 있었어요. 다음날부터 일어나 걷는 것도 식은땀 나게 힘들었거든요.


그럼에도 2015년 3월 25일 새벽 6시 29분, 딸아이가 태어나던 순간 볼을 맞대고 인사했던 그 느낌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보드랍고 따뜻했던 볼 인사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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