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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기로 했습니다.

by 마잇 윤쌤

2019년 8월,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혔어요.


예상했던 대로 회사에서는 만류했어요. 표면적으로는 이제 팀장 2년 차인 제가 경력을 더 쌓아야 하지 않겠냐는 이유였고요. 회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연중에 티오가 나면 후임자를 구하기 어렵다며, 책임감을 강조했어요.


만류하는 회사를 향한 마음은 두 갈래였어요. 갈 때라도 편하게 그만두게 해주지 하는 마음과 쿨하게 잡지 않았다면 그것도 서운했을 것 같은 마음, 사람 마음이 참 알다가도 모르겠더라고요.


어차피 그만두기로 한 마당에 아무 상관없다 생각했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곳에서 일한 지 만 7년이 넘어 애착이 많았던 곳이라, 저도 마음이 흔들렸어요.


이미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진 터라 남편은 그만두라고 했지만, 저는 결국 2019년 12월 말까지 근무하기로 회사와 협의했죠.


당연히 다른 직원들에게는 비밀로 했고, 회사에서는 중간에라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말해달라고도 했어요.


이제 100일 남짓 한 시간이 남아있었어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사실 막막했어요. 그냥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만둘걸, 후회도 했어요.


마음으로는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데... 내일부터라도 딸아이와 늦잠을 자고 싶은데... 여러 가지 상황으로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요.


무언가 하루하루 버티는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사실 그러지 않고서는 버티기가 힘들었어요.


12월 말에 퇴사할 거라는 커다란 비밀을 가지고 있었으니 다른 직원들에게 편하게 말도 건넬 수가 없더라고요.



그 몇 달의 시간 동안,

저에게 너무도 위로가 된 것이 있었어요.



아이스 바닐라 라테 한 잔을 사 오는 것이었어요.



회사 근처에는

바닐라 시럽이 아닌, 바닐라 빈을 긁어서

바닐라 라테를 만들어주는 커피집이 있었거든요.


아침 출근길에 나

점심시간에 아이스 바닐라 라테를 사 왔어요.


책상에 올려두고 내내 마시며, 일했어요.

달달한 커피 그 이상의 위로와 격려의 의미로 저에게 다가왔어요.


무언가 나를 위한 응원과 선물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가장 크게 체험했던 순간이었어요. 마음을 다루는 치료사로 몰랐던 사실이 아니었지만 스스로 실천해 보는 기분은 남달랐어요. 효과를 느꼈으니까요.


덕분에 퇴사하기로 하고 회사를 다녀야 했던 100일 남짓의 시간들이 그나마 버틸만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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