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윙크의사 Dec 30. 2022

사고 소식 전하기

내 몸 하나 챙기기 버거운 순간임에도.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갑작스럽게 닥쳐온 불행을 주변에 알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를 아끼는 누군가는 “눈을? 눈을 다쳤다고? 그래서 어떻다고?”라고 반복이다. 끝내 ‘실명’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오열했고, 누군가는 나와 함께 울먹이는 듯 한참을 말을 못 하기도 했다. 이토록, 한 사람의 인생에는, 참 믿기 어렵고 또 받아들이기 힘든 그런 사건 사고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나조차도 믿기 힘든 이 갑작스러운 불행을, 타인에게는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고민했었다. 일단은 나 스스로 이 불행을 온전히 삼키고 견딜 수 있어야 했고, 그러고 나서는 겹겹이 쌓여있던 약속과 만남 들에 나의 갑작스러운 불참 사유를 전해야 했다. 다른 이들의 삶이 나의 갑작스러운 불행 때문에 곤란해지거나 엉키게 두고 싶지 않았다.


매일 얼굴을 보던 병원 식구들과 또 가장 가까운 가족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소식을 알았고, 불행을 이겨내는 과정을 기꺼이 함께 해주었다. 그 외의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 놓인 분들에게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글로 소식을 전했다. 문제는,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나 사회적 관계와는 관련 없이, 그저 일상의 한 부분을 꾸준히 공유하던 이들이었다. 이를테면, PT 선생님이나, 골프 레슨 선생님 등.


참, 치열했던 일상이었다. 그게 내가 살던 삶이었다.

매주 3일을 새벽 6시 PT 운동 후 출근하던 나였다. 휴식 시간과 점심시간을 쪼개 골프 레슨도 챙겼다. 꽤 치열하게 살았던 나의 일상이었다. 그 치열한 일상의 한 부분으로서, 나의 건강한 삶을 위해 애써주었던 그들인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하려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흔한 금전적 계약 이상으로 친절과 따뜻함, 배려를 보여주었던, 그래서 한 편으로는 일상의 위로가 되었던 그들이었기에. 그리고 치열한 삶 속 힘이 되던 일상의 약속을, 나의 갑작스러운 불행으로 말미암아 일방적으로 깨어버린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들은 고맙게도, 갑작스레 달라진 일상의 괴리도, 현실로 다가온 나의 불행도 진심으로 공감하고 슬퍼하며 위로해주려 애썼다. 좋은 이들이 곁에 있어, 치열하지만 또 따뜻했던 나의 일상이었다. 다시금 그 일상의 속도와 온도를 누리기 위해 오늘도 다시 힘을 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명이란 비극 받아들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