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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Sep 20. 2019

엄마가 된 후 자존감이 높아진 이유

아이를 키우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깨달았다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자랐다. 늘 남과 비교하면서 나의 못난 부분을 들춰내고 스스로 열등감을 키워나갔다. 현재의 나를 부정하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대단하고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믿으며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을 추스르려 노력했다.


 하지만 혜민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존감이 낮으면 자존심이 세진다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자신을 낮추지 못하고 스스로를 더 대단한 존재인 것처럼 과장한다고. 딱, 나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그러니 그동안 내 자존감은 늘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아이는 단지 엄마를 이유만으로 나를 절대적으로 사랑하고 신뢰한다 © 엄마 엘리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



 아이를 낳자 모든 것이 변했다. 나를 중심으로 돌던 우주가 순식간에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으로 이동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나란 존재는 오직 아이를 위해 다시 태어났다.


 빈약했던 가슴은 아이를 위한 모유로 한껏 부풀었고 아이 수유시간에 맞춰 밤새 2시간씩 자다 깨는 것을 반복했다. 어느 육아책에서 출산 직후 약 3개월간 엄마 몸에 다량의 엔도르핀 호르몬이 나와 출산과 육아의 고통을 감소시키고 엄마와 아기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준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책대로 호르몬의 영향인지, 아니면 첫 애라 긴장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기에 나는 정말 피곤한 줄도 모르고 아이를 돌보는데 모든 에너지와 정성을 쏟았다.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던 적이 있었던가. 눈만 뜨면 엄마인 나를 찾는 아기 곁에 머물며 이 작은 생명에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 절대적인 존재라는 것을 실감했다. 아이는 내가 어떤 모습이던, 어떤 지위에 있던지 간에, 단지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신뢰했다. 


 아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믿는 시간들이 이어지면서 의도치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하위권에서 요지부동이던 내 자존감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깨달았다 © 엄마 엘리



엄마가 된 후 어떻게 자존감이 회복되었을까?



 자존감이란 무엇일까? <자존감 수업>의 저자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윤홍균은 자존감은 '어떻게 자신을 평가하는가(self-esteem)'라고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자존감에는 세 가지 축이 있는데, 이 세 가지 축이 모두 충족되야만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자기 효능감 -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것

자기 조절감 -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본능을 의미

자기 안전감 -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능력


 엄마가 되고 나서 내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를 통해 설명할 수가 있다.


 첫째, 나는 언제나 나의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아이를 통해 내가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를 매 순간 강렬하고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둘째, 아이를 갖고 싶을 때 감사하게도 아이가 찾아왔고, 마음의 준비를 마친 채 아이를 안을 수 있었다. 미리 엄마로 살 각오를 했기에 자기 조절감이 충족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셋째, 온전히 아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독박 육아의 긍정적인 측면이랄까.)에 있었고 하루 종일 집 안에 아이랑 둘이 있는 시간이 지루하고 우울하기보다는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아이 아빠가 요리를 전담하고 빠른 퇴근으로 저녁 육아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정우열에 따르면 자존감은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높아진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효리가 자존감이 높은 이유'를 분석했다. 의사가 직접 만나본 20대의 이효리는 자존감이 높지 않았지만, 남편 이상순을 만나 자존감이 높아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남편 이상순이 있는 그대로의 이효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효리 : 왜 그렇게 나는 마음을 닫고 살았을까?

상순 : 그때는 또 그런 이유가 있었겠지...


 젊은 날의 자신을 비난하는 이효리에게 이상순은 그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라며 그 시절 이효리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옆에서 끊임없이 남이 아닌 내 입장에서 나를 수용하도록 내 편이 되어주는 과정이 반복되면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의사 정우열은 이상순의 영향으로 이효리도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을 거라고 분석했다.


 이효리에게는 이상순이 있었듯이, 나에겐 우리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다. 아이는 나와 함께하는 매 순간 내 편이 되어주었고, 그로 인해 나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의 엄마로 살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 엄마 엘리



엄마가 된 후, 비로소 내 삶에 만족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 나는 내 인생이 '리셋'되기를 바라는 프로 불평불만러였다. 단 한 번도 나 자신과 내가 살아온 인생에 만족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생은 망했으니,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가 꿈이었다고나 할까.


 그런 내가 변했다. 내 인생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후에 말이다. 엄마가 된 후 난 비로소 내 삶에 만족하기 시작했다.


 이런 나의 변화에 가장 놀란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비관적이며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는지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런 내가 엄마가 된 후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 나로선 특급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분명 낯설고 두렵고 힘들지만, 그 과정을 겪으며 이루 말할 수 없이 경이롭고 기쁘고 감동스러운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며 그 시간들이 쌓여 인생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리라.


 혜민 스님은 말씀하셨다. 사람을 만나면서 큰 배움을 얻고 인생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우리는 책이나 학교 수업보다 사람을 만나면서 큰 배움을 얻고 인생이 바뀌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내 삶을 변화하고 싶다면 좋은 사람을 찾아 만나세요.
- 혜민 스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중에서


 나의 경우에는 우리 아이가 (그 이전에는 남편이) 내 인생의 좋은 사람이었을거라 확신한다. 그래서 나의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것이 아닐까. 높아진 자존감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도 난 우리 아이의 엄마로 살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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