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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Oct 09. 2019

육아,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평범한 평일 오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려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자 어제와 달리 차가운 바람이 우리 머리를 쓸어 넘겼다. "어머, 오늘은 좀 쌀쌀하네." 뚝 떨어진 기온에 놀라 아이의 겉옷을 한번 더 여몄다. 꼭 잡은 아이의 손에서 따스한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린이집에 다다르자 아이는 어김없이 놀이터에 들리자고 보챈다. 우리 집 바로 옆 동에 있는 어린이집 앞에는 큰 놀이터가 하나 있다. 어린이집 가기 전과 후, 하루에 두 번씩 그곳에서 노는 것이 아이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래, 그럼 오늘은 바람이 차니까 조금만 놀다 들어가는 거다?

좋아!


아이는 신나서 잡은 내 손을 뿌리친 채 놀이터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아이는 놀이터 모래에 발을 들이기 전에 잠깐 머뭇거리더니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며 쌩긋, 웃어 보인다. 마치, 엄마 잘 따라오고 있지? 나 이제 본격적으로 놀 거야! 하고 이야기하듯이.


 그 순간. 오래전 읽은 책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와 친구들 © 매일경제 카드 뉴스




 평범하기 그지없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던, 아이와 함께했던 그 순간,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충만한 행복감을 느꼈다. 아, 행복하다. 눈부시게 행복하다.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감사하고 소중하구나.


 



 

 우리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육아도 매일매일 행복하진 않다. 하지만 행복한 일은 매 순간 수시로 찾아온다.


과장된 내 몸짓과 목소리, 표정에 까르르 자지러지게 웃는 아이를 바라볼 때

아이와 마주 보며 아삭아삭 사과를 먹는 순간

나 잡아 봐라 놀이하며 전력질주를 하는 아이를 설렁설렁 뒤쫓아 갈 때

아이가 고기를 오물오물 씹고 있는 그 입모양

우유 빨대를 쭉쭉 빨며 내쉬는 그 숨소리...


 그렇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의 모든 순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내가 딴생각에 휩싸이거나, 스마트폰에 빠져있거나, 피로하고 짜증 나는 기분에 머물러있던 탓에 그만큼 자주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


행복을 느끼는 일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이를 간과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아이가 크는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싶어 전업 엄마를 선택했고, 그래서 내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했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에 가치를 두고 매 순간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믿었다. 아이도, 엄마도 행복하게 육아를 하는 것이 나의 육아 철학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생각들이 나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과연, 아는 대로 행동하고 있었는지 의심스러워졌다.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했는가?

 나는 진심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행복했는가?

 나는 진정 아이와의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는가?



놀이에 몰두하는 아이 © 엄마 엘리



가끔은 아이처럼 생각해보세요


아이들은 눈 앞에 재미있는 것이 있을 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온전히 그것에 집중해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나의 관심 분야가 너무 좋은 것은 아닌지, 쓸데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고민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지 마세요. 나를 즐겁게 해주는 지금 눈 앞의 순간에 집중하세요.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그때는 또 다른 것에 몰두해도 괜찮습니다.
-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60p



 모든 아이는 행복한 천재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즐거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그 일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이와 함께 놀다가 문득, 무아지경으로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는 아이를 신기하게 쳐다본 적이 있다. 아이는 오로지 눈 앞의 순간에만 집중을 한다. 그러다 흥미를 잃으면 또 다른 재미를 찾아 떠나고 또 다른 것에 흠뻑 몰입을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현재를 즐기는 아이를 속으로 부러워한 적도 있었다. 그런 아이와 매일 부대끼면서도 ‘아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는 이미 어른이 된 나에게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래서 어쩌면, 나는 아이처럼 자연스럽게 모든 순간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비로소 나는 깨닫는다. 아이와 함께하는 육아 일상이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매 순간이 행복이라는 것을. 아이와 함께하는 소중한 일상을 가슴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라도 행복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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