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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상하는 마케터 Jan 10. 2022

힘을 뺀다는 것

2021년 마지막이 다가오면서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서른여섯 살에 세상을 떠난 수산나 언니. 변경연 동기인 언니와 처음 만난 건 2012년이었다. 그림을 잘 그려서 내게 언니가 그린 티셔츠가 프린팅 된 옷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이상하게 언니가 계속 생각나서 언니의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언니가 떠난 지 7년 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12월 28일.


우리를 만나기 전 한차례 이미 뇌수술을 한 적이 있었던 언니는 결혼을 하고 임신 준비를 하던 중 뇌 관련 질병이 재발했다. 그리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요즘 들어 언니를 떠올리면 아주 선명하게 생각나는 한 장면이 있다. 이탈리아 여행에 가서 우리가 들렀던 사해 바다. 그곳에서 모두 수영복을 입고 신나게 바닷가에서 놀았다. 소금기가 많은 바다이기에 몸을 띄우기가 아주 좋은 곳이었다. 한 명씩 바닷물에 띄우며 놀았는데, 그때 수산나 언니를 물에 띄었더니 언니 몸은 마치 아주 딱딱한 나무토막 같았다. 잔뜩 긴장한 언니는 머리를 받치고, 발을 잡고 가슴을 받치고 있었음에도 계속 가라앉았다. 그때 나는 언니에게 계속 얘기했다.



"언니, 힘을 빼. 온몸에 힘을 빼 봐. 힘을 빼면 저절로 몸이 뜰 거야."


하지만 결국 언니는 한 번도 혼자 몸을 띄워보지 못한 채 우리의 바다 여행이 끝났다. 요즘 언니가 생각나면서 이 장면이 떠올랐던 이유는 언니가 결혼 후에 임신 준비를 한다고 할 때 명상요가를 추천해 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완, 힘을 풀고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는 이완법을 위주로 가르쳐주기 때문에 그렇게 나무토막 같았던 언니도 힘을 푸는 법을 배웠더라면… 하고 말이다.


명상센터에 오는 회원님들 중 10명 중 8명은 수업을 어느 정도 듣고 난 후에 "제가 이렇게 힘을 주고 사는지 몰랐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많은 명상센터나 요가센터 등에서 호흡법을 알려 주지만, 내가 다니는 명상센터에서는 이완을 통한 자연 호흡법을 배운다. 막 세상에 태어난 아가들을 보면 말랑말랑하고 굳어진 곳이 없으며, 자연스레 호흡하듯이 성인들도 몸의 긴장, 힘을 풀고 이완해 나무토막처럼 굳어져 있는 몸을 이완을 통해 마치 고무풍선처럼 말랑말랑하게 만들면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숨이 쉬어진다.


예전에는 내 몸의 무게를 잘 몰랐다. 명상요가를 한 지 8년이 된 요즘은 흔히 얘기하는 유연성과는 상관없이 몸 전체의 무게감이 엄청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다행인 건 그 무게감이 느껴질 때 걷기 명상을 하거나 집에서 간단한 명상요가를 하게 되면 다시 가벼운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수업할 때 회원님들의 다리를 흔들어 보면 그 무게감을 극명하게 느낄 때가 있는데 수업을 시작할 때 다리를 흔들어보면 엄청난 무게감으로 양손으로 두 발을 잡고 흔들 때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가, 한 시간 수업을 하고 충분히 이완한 뒤에 다리를 흔들면 마치 종잇장처럼 가벼워진다.


이렇게 명상요가를 가르치다 보니 언니 생각이 더욱 났던 것 같다. 진작에 언니한테 가르쳐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말이다. 언니의 병이 재발하고 언니에게 원장님의 개인지도를 추천했다. 일주일에 한 번 원장님의 수업을 듣고 나갈 때면 혈색이 완전히 바뀌어서 돌아가곤 했다고 한다. 그 말이 생각나서 더욱더 가슴이 아팠다. 조금 더 건강할 때, 언니의 병이 다시 발병하기 전에 언니가 이완을, 힘 빼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면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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