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여름
대학에서 맞이한 두 번째 여름. 학생회 활동을 하던 나는 방학을 맞이해 바닷가로 캠프를 떠났다. 함께 한 10명 중 한 명은 내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여름 방학 전 이 친구를 학생회의 다른 친구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연애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동창 찾기 덕에 나는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장난기 많은 꼬마가 훤칠한 남자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친구 이상의 감정이 생겼지만 금방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태평양 같은 오지랖으로 친구를 소개한 것이다.
친구는 다른 학교 학생이라 학기 중에는 둘이 있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1박 2일 캠프에서 둘은 줄곧 붙어 다녔다. 그 모습을 보자 마음 한편에 곱게 접어 둔 애정(?)의 불씨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분노의 마음이 일었고, 둘을 보는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바닷가 펜션의 테라스는 과반수인 흡연자들이 점령했다. 괴로운 마음에 결국 이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담배 하나 줘 봐."
2003년의 여름, 그렇게 내 인생에서 10여 년간 끊지 못할 흡연의 역사가 시작됐다. 나는 어릴 때부터 '화'가 많은 아이였다. 어린 시절부터 무슨 일이 있으면 곧잘 참았다. 그래서 내 인생은 담배를 피우기 전과 후로 나뉘었다. 담배 피우기 전에는 무조건 참았고, 담배를 피운 후부터는 참기 힘들 때마다 담배를 피웠다.
담배에 저절로 손이 가는 상황은 주로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가슴 한쪽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지면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올 때와 술 마실 때였다. 첫 번째 상황에서는 담배 연기를 폐까지 내렸다가 다시 입 밖으로 뱉을 때 내 속에 차오르던 모든 분노와 화를 같이 내 보내는 느낌이었다. 분노 게이지가 높으면 연달아 두 대를 피우기도 했으나 대체로 한 대만 피우면 괜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