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6로 바꾼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을 멈추고 싶었다. 전화나 문자가 와서 진동이 온 것도 아닌데 마치 진동이 온 것 같이 느껴져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스마트폰을 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가방에도 넣어 보았지만, 10분도 채 되지 않아 결국 가방을 열어 스마트폰을 찾는 내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나름대로 여러 가지 방법을 찾다가 결국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스마트폰을 아예 끊어버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운 여름날 산지 얼마 안 된 아이폰 6을 중고로 새 주인에게 넘기고 폴더폰으로 갈아탔다.
폴더폰으로 갈아타고 2년 가까이 나의 카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는 이런 상태였다.
2g 폰 사용 중. 급한일은 문자나 전화로.
2년 정도 지나 친구가 안 쓰는 아이폰을 주었다. 그때부터 폴더 폰(메인 폰)과 스마트폰(서브 폰)을 같이 쓰기 시작했다. 두 개의 휴대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급할 때는 폴더 폰의 유심을 꺼내 스마트폰에 끼워 썼다.
그리고 몇 주 전부터 다시 스마트폰에 유심을 꽂아 쓰고 있다. 확실히 2년 전 스마트폰을 아예 끊어버린 그때보다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보는 경우가 적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몇 년을 끊은 술이나 담배에 다시 금방 중독될 수 있는 것처럼 이전의 스마트폰 중독의 습관으로 되돌아 가기는 너무나 쉽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해 경계할 필요가 있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거리두기를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폴더폰과 스마트폰을 동시에 사용하게 되면서 스마트폰은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만 사용했다. 유심을 꽂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지만, 유심을 꽂아서 사용하고 있는 지금도 무선인터넷이 아닌 데이터로 인터넷을 연결해야 하는 상태에서는 일부 어플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지하철, 은행 어플이나 매일 확인하는 몇 개의 어플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했다. 하지만 폴더폰으로 바꾼 뒤부터는 데이터를 사용할 일이 없어졌고, 전화나 문자를 자주 하지도 않아서 통화 100분, 문자 100개를 사용할 수 있는 월 6,600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했다.
가끔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데이터 2기가 정도를 사용할 수 있는 8,800원짜리 요금제로 갈아탔다. 그래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본능적으로 와이파이 비번부터 찾게 된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각양각색의 폴더폰이 나오던 시절에 휴대폰 게임을 자주 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직후에도 서빙하기 등의 게임을 했는데,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게 바로 게임이다. 다행히 게임을 즐겨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스마트폰 게임도 어느 정도 하다가 멈췄다. 멈춘 이후로는 게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마트폰에 게임을 깔아 본 적이 없다.
거의 매일 습관적으로 보게 되는 어플이 있다. 시기마다 사용하는 어플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한 동안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어플을 자주 봤고, 최근에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브런치 어플을 가장 많이 본다. 습관적으로 자주 들어가 보는 어플은 알림 설정을 꼭 해 놓는다. 특히 배지에 숫자가 표시되게 만들어 숫자가 표시될 때만 들어가 볼 수 있게 했다. 숫자가 뜨지 않았을 때는 어플을 켜지 않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어플은 무조건 알림을 꺼 놓는다. 특히 푸시 알림은 반드시 끄는 편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지하철의 출퇴근 풍경은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 또는 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자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둘 중에 하나인 경우가 많다. 잠든 시간을 제외하고 눈을 뜨고 깨어 있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어색해져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가방에 늘 책 한 권을 넣고 다니지만 나 역시도 지하철에서는 책도 잘 보지 않게 된다. 그래도 지하철을 타는 최소 30분에서 1시간가량 되는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보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은 아예 가방에 넣어둔다. 최근에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게 되면서는 아예 비행기 모드로 바꿔 버렸다. 그랬더니 그나마 하루에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지하철에서는 내 스마트폰을 보지 않더라도 눈을 뜨고 있을 때는 나와 붙어 있는 양 옆의 사람 그리고 앞에 있는 사람 등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어서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게 된다. 특히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힐끔힐끔 계속 쳐다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럴 때는 아예 눈을 감아 버린다.
요즘 폴더폰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발견한다. 손에 폴더폰을 쥐고 있는 사람을 보면 처음 폴더폰으로 갈아타던 때가 생각나서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든다. 어떤 마음으로 폴더폰으로 바꾸게 되었는지 너무나 알 것 같아서.
담배와 술이 나를 지배하고, 우울의 감정을 나를 덮쳐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스마트폰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그 순간은 바로 스마트폰이 나를 지배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공포심이 엄습했을 때였다.
용기를 내어 멈추었더니, 지금은 자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