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에서 10분 명상

by 라프

요즘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10분씩 명상을 한다.


# 지하철에서 처음 명상을 시도할 때

주로 서서 가야 하기 때문에 서 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고 명상을 했다. 그런데 마음이 계속 고요하게 머물러 있지 않고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로 달려갔다.


언제 내릴까.. 명상하는 중에 내려서 내가 알지 못해 다른 사람이 앉아버리면 어쩌지...


뭐 이런 생각들로 10분이 아니라 1분 명상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 계속된 명상 지도로 지하철 명상 성공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명상센터 원장님에게 명상 지도를 받는다. 꾸준히 받다 보니 어느새 지하철에서 서서 명상을 할 때도 주변의 다른 것들에 휩쓸려 가지 않고 차분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 대신 명상하는 시간을 잠깐이라도 가지면 회사에서의 일과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다. 때때로 불어오는 감정의 파도도 무사히 넘길 수 있고 말이다.


# 명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은 문득 명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하고 잠시 상상해봤다. 사실 명상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끊임없이 삶의 재미를 추구하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 삶이 나쁘다거나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삶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명상 전이나 후나 한결같기에 아마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남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을 것이다.


명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상상하지만 나는 이미 명상을 경험했기에 명상이 좋은 줄 알아버렸다. 알아버렸기에 아쉬운 것이지 만약 명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면 모르는 대로 그 인생에 만족하며 살았을 거다.


단지 지금처럼 감정을 잘 컨트롤하지 못해 괴롭고 우울한 감정들이 예고 없이 찾아왔을 때 어찌할지 몰라 종종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명상을 안다는 것과 명상으로 경험한다는 것은 두리안을 알고 있는 것과 두리안을 먹어본 것의 차이와 같다(고 말하고 싶다).


작년 말레이시아에 가서 말레이시아 호텔 곳곳에 두리안 반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두리안을 맛보기 전에 가족들은 내게 양말 꼬랑내 같아서 못 먹는 사람도 있다며 냄새가 어마어마하다고 겁을 무지하게 줬다. 도대체 얼마나 고약한 냄새일까 하고 궁금했다.


두둥 드디어 두리안 시식!!!


물컹물컹한 노란색 두리안은 입에 넣자마자 녹아서 점차 사라졌다. 향은 뭐랄까. 끓인 양파맛?! 나는 그렇게 느꼈다. 결론적으로 두리안의 향은 내게 양말 꼬랑내는 확실히 아니었고,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먹을만했다. 다시 먹으라면 먹을 수 있을 맛이었다. 단지 사람들이 왜 향을 싫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김치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어딜 가든 김치 냄새가 나 힘들다고 하는데 두리안은 김치를 좋아하는 내게 익숙한 향이었다. 하지만 그런 향을 맡아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몹시 불쾌한 향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명상은 바로 이런 두리안 같은 것이다. 해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의 말만 듣고 상상해볼 수는 있지만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명상을 하지 않았다면 전혀 아쉬워하는 마음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맛을 본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어찌 보면 명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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