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이었다. 지인의 추천으로 신촌에서 하는 특별한 전시에 갔다. 정말 강렬한 경험이어서 내 생에 최초로 세 번을 본 전시다.
Dialogue in the Dark
어둠 속의 대화
한 번에 정해진 인원만이 입장 가능했고 전시는 여러 파트로 나뉘어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이 펼쳐진다. 약간 두려운 마음이 들려는 순간 전시 길잡이의 목소리에 안심하게 된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말이 잊히지 않는다.(오래돼서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내용의 안내였다)
여러분 지금까지 보는 것에 많이 익숙해져 계시죠? 전시회에 참여한 이 시간만큼은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잘 느껴보세요!
시각, 촉각, 청각, 미각, 후각 중에 우리를 가장 크게 지배하고 있는 감각은 시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으로 인해 나머지 감각은 완전히 잊혀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각이 없는 공간이라니!!!
체험형 전시인 어둠 속의 대화의 진행자를 따르면서 두려운 마음으로 한 발 한 발을 내디뎠다. 차들이 달리는 소리가 들리고 발아래에 방지턱을 지나가면서 흔히 길을 걷다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숲 속으로 장소가 옮겨지자 아주 가까이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왠지 코끝부터 머리 끝 발끝까지 정화해 줄 것 같은 상쾌한 숲 속의 공기까지 느껴졌다.
전시 마지막은 시장이었다. 북적북적한 시장통을 지나는 중이었다. 물건을 파는 상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여오고 즐비해 있는 상가에 늘어서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한 시간여의 전시 관람을 마치고 다시 시각에 의존하는 세계로 돌아왔다. 전시의 길잡이는 시각 장애를 가진 아주 지극히 평범한 분들이었다. 새삼 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의 편견을 확인할 수 있는 찰나였다.
내 인생에 시각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살아나는 나의 또 다른 감각들.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데 지하철이 덜컹거릴 때마다 흔들리는 나의 목과 어깨, 이어폰 없이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의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리고 매 역마다 다음 정류장을 안내해 주시는 기관사님의 목소리에 점차 의식이 또렷해지다가 불현듯 까맣게 잊고 있던 어둠 속의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는 눈 앞에 보이는 것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놓치며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