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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아 Dec 23. 2023

항해 중에 표류도 하겠지만

나라는 등대를 잃지 않는다면 표류도 여정의 일부일 것이다.

인생을 항해하는 중에 우연히 도착한 섬처럼 인연은 어디서 어떻게 피어나는지 우리는 모른다. 하지만 어디에 도착해 있든지 자신을 향한 모험이라는 것을 잃지 않기를. 나는 어디를 가든  자신에게 도착했음을 어느샌가에 알게 되었다. 결국 당신이라는 섬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것. 그런 의미에서는 우린 다 외롭지 않을까. 아무리 안락한 섬에 도착했어도 그 섬 속에서의 안락한 자신을 만날 수밖에 없으니까. 그 섬들을 항해하는 나는 조각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하고 있다. 서로를 향하는 것 같지만, 사실 자기 자신을 향한 항해이기 때문에 우리는 꽤 독립적이다. 하지만, 어떤 날은 날 닮은 그대가 서운하다.  날 닮아 미숙한 그대가 밉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온 겨울은 다시없을 새로운 봄을 마중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나는 이 겨울이 끝나면, 그대에게 감사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어코 섬을 떠날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쭉 그 섬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의 지도는 그 섬들로 완성된다. 나에게서 떠난 그 사람도 결국 자기를 찾아서 떠난다. 결국 자기 사랑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마음으로 그의 행복을 배웅하리. 자기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나그네 섬들은 사실 외딴섬처럼 떨어져 있지만 깊숙한 바다 밑에서 만큼은 하나의 대지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 그 사실을 잊은 건 아닌가. 당신으로 말미암아 나도 살아있음을. 당신이라는 거울이 오늘의 나를 깨운다. 서운한 마음도 당신 때문만은 아니리. 나의 무의식 한 편의 조각이 그대를 통하여 나에게 메세지를 건네는 것임을.


난 당신이라는 섬을 떠났지만, 나라는 섬의 한 조각을 찾았다. 표류하더라도 괜찮다. 우리 어쩌면 서로의 모습을 비추는 그림자였을 테니까.



나를 위한 꿀팁

TIP 외딴섬 같은 날,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집 밖으로 나가면, 바로 이웃이 있다는 사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모든 이가 어쩌면 다 우리 자신의 일부를 비추어 주는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공통된 감정을 앓고 있지요. 그럼에도 결국 다 자기를 향한 여정이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모두가 다 자기자신에게만 도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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