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아름다운 삶
고된 2일차와 2일차와 3일차의 피로가 쌓인 4일차의 아침.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탓에 어제는 치열하게도 방을 골랐다. 1층 다이닝 룸에서 피우는 장작불의 연통이 지나가는 2층의 작은 방을.
어제부터 무겁던 다리는 이제 정말 구제 불능이 되었다. 종아리는 잔뜩 부었고, 허벅지는 주물러도 되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드디어 스틱이 손에 좀 익는다. 이제야 좀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된 것 같은 느낌. 이제는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일찍 잔다. 피로가 쌓여 그런 것도 있지만 자연의 순리에 점점 적응을 하는가보다.
해가 뜨면서 머리맡을 따스히 비춘다. 그 기운에 부스스 잠에서 깬다.
점점 동그랗게 모습을 드러내는 붉은 해
나는 방에서 해를 빼꼼히 보는데, 사람들은 저리도 적극적으로 나가 사진을 찍는다.
산 뒤에서 완전히 해가 떠오르면 세상은 비로소 따뜻해진다.
오늘도 씩씩하게 출발!
가이드가 미리 예약해두었다는 시누와의 숙소로 가는 길. 오늘은 산봉우리 두개 반을 넘는 일정이다. 고로내리막길-오르막길-내리막길-오르막길-내리오르막길의 연속이었다. 산꼭대기가 저 멀리 보이다가 어느새 고개를 들어보면 가까워져있고, 가까운가 싶어서 한참 내려가다 보면 저 위에 올라있다.
청명한 하늘이 마치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 같다.
가는 길에 아기자기한 마을들도 보인다.
나는 타다파니에서 시누와로 가는 길
푸른 잔디가 깔린 마당과 빨간 집, 파란 하늘.
거 참 빨래하기 딱 좋은 날씨네.
하늘 끝에 닿을 듯한 옴마니반메홈
산 중턱까지는 계단식 밭, 그 위로는 울창한 숲, 그리고 돌산
처음보는 나무와 이름모를 들꽃들. 여기저기 놓인 동물의 배설물. 산 골짜기서 바람이 불어오는지 이따금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시원한 바람을 만나고 저 멀리서 폭포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어느새 내 발밑에 물이 흐르고 있다.
오늘은 산 두 개를 넘어야 하는 일정이다.
이름모를 들풀
한 송이 꽃이 색이 다르다.
더 예쁘게 찍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저 멀리까지 첩첩이 쌓인 산
산비탈에 돌담을 쌓고는 예쁜 꽃을 한무더기 심어놓았다. 그리고 제주의 집처럼 나무로 대문을 막아두었더랬지.
작은 롯지, 유리창도 없는 창문에 액자 속 그림같은 풍경
오늘도 철길 다리를 건너는구나
아래를 내려다보니 물줄기는 줄었지만 여전히 거센 폭포가 지난다.
우기가 아니라서 물이 많지는 않다. 소리 하나는 끝내주게 시원하다.
산 중턱 어딘가에 작은 학교가 있었다. 꼬맹이들이 철조망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아무렇게나 자란 들풀이 꽤나 매력적이다.
시원하게 내리치던 폭포, 물 속에 풍덩 담기고 싶다.
어디쯤 왔을까. 샘표 스티커는 왜 어디나 있는 걸까.
산봉우리를 미묘히 감싸며 구름이 동동 떠있다.
가이드가 먹어보라며 권해준 빨간 열매. 별 맛은 없어도 새콤한 맛이 에너지를 충전해줬었다.
사람들을 위한 돌계단을 까는 모양이다.
이렇게도 많은 돌계단을 수천개는 넘게 오른 듯하다.
첩첩이 쌓인 산맥이 보인다. 오후가 되니 구름이 몰려온다.
작고 귀엽던 샵.
그냥 지나는 길목에 아기 옷을 이렇게 걸어두었다.
양말 다른 한짝들은 어디 갔을까. 귀여워ㅠㅠ
내가 사랑하던 촘롱!
궁서체에 엉망인 한국 글씨가 눈에 띄어
점심을 먹을겸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참치 김치찌개가 일품이다.
거의 인생 찌개 급. 엄마가 해준 것보다 더 맛있었어(엄마 미안)
커피숍도 있던 촘롱이었는데...커피 한 잔을 못했네..
자세히 보면 구름이 가려진 곳 사이로 해가 비춘다. 이런 작은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뭉게구름
체크포인트가 또 있다.
잘 여문 곡식을 막대기로 탁탁 턴다
이런 일상적인 풍경들이 저 높은 산 위에도 한창이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당나귀.
단체로 휴식이라도 취하는 듯
드디어 ABC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귀염지게 걸려있던 아가 패딩
타다파니에서 시누와는 꽤 긴 일정이었다. 도착해서 겨우 짐만 던져놓고 주린 배를 채우려 허겁지겁 다이닝으로 갔다. 어제도 장작 근처로 모든 게스트가 모여 국적을 나누며 수다를 떨더니 오늘은 넓은 자리덕에 삼삼오오 수다를 떤다. 시누와로 오는 길에 적당히 쉬어가며 경치 구경을 많이 했다. 다리가 아픈 탓에 속도도 느려졌다. 물가가 오른다는게 실감나고 있다. 저녁메뉴를 주문하기 손떨려서 육지에서, 아니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반찬들과 플레인 라이스만 시켜 먹는다. 일찍 잠드는 탓에 밤 12시쯤 되면 배가 고프다. 괜히 화장실 가는길에 별을 보다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긴다. 귀찮지만 지금을 남기고 싶어서. 참 잘했다. 북두칠성이 산과 산 사이에 아주 또렷하게 보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