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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3일차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길

by 윤여름


새벽 5시. 기모바지와 털모자, 장갑은 물론 내가 가진 모든 외투를 껴입었다. 푼힐 전망대에 가기 위해서였다. 어제 약간 떨면서 잔 탓인지 오늘 피로도가 최고치에 달했다. 게다가 어제 엄청난 오르막길을 오른 덕분에 다리가 굳어 말을 듣지 않는다. 제법 높이 올라가는 고도에 숨이 찬다. 그와중에 아직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하다. 내가 하늘로 가는 길을 오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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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흔들리는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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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어렴풋이 해가 떠오른다.






고레파니에 묵던 모든 게스트가 푼힐 전망대에 가는 모양이었는데, 길은 하나고, 어제같은 돌계단에 가파르기 그지없다. 고산병이 오는걸까 하고 올라가는 길에 포기하고 싶어졌다. 설상가상 해가 뜨기 시작한다. 배도 좀 아프다. 가이드 말로는 전망대에 올라가 해뜨길 기다리며 차를 마시면 좋다고 했는데. 올라가기 전부터 붉어오는 하늘을 본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내 앞으로 뒤로 사람이 가득한데 모두 오르는 사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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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올랐을까. 전망대로 가기 위한 티켓 카운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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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정성스레 그려놓은 산맥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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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푼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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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힐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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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올라왔으나 일출은 못보고 사람구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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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파니에서 푼힐까지 500미터를 오르막 길로만 올라야한다.






날이 다 밝아서야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있었고 각자 기념사진을 찍기 바빴다. 안개가 가득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가 싶더니 포기하고 내려가려고 할 때쯤 여기저기 휘파람 소리와 환호성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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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의 끄트머리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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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구름이 걷히는가 싶더니 더 많은 봉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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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붉고도 밝은 태양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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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만 보이던 산맥이 허리만큼 모습을 드러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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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걷히고 태양이 설산의 실루엣을 비춘다.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소리지르며 박수를 쳤다. 모든 고생과 원망이 잊혀지는 순간이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아마 내생애 감격스러운 몇가지 순간 중 하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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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힐 그 꼭대기에도 멍멍이는 자울자울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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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보고 내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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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저 멀리선 거짓말 같은 태양이 나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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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칠흙같이 어두운 탓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태양의 온기를 받아 푸릇하게 살아난다. 생기 있는 모습은 나의 무거운 피곤을 잠깐 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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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다 뒤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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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하나씩 소원을 빌며 쌓아 올렸을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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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맥만큼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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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나무를 연결하는 다리같은 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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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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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 이 무거운 가스통은 당나귀가 배달한다. 안타깝지만 귀엽고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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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 산신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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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F THE BEST VIEW POINT IN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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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숙소 다이닝룸일 뿐인데, 뷰가 끝내준다.






한참동안 사진을 찍다가 다시 숙소로 내려왔다. 내려오는건 아주 금방이었다. 이미 일정을 마친듯한 피곤함을 안고 짐을 싸고 아침을 먹었다. 다리도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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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줘서 고마워. 아니 내가 더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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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일부러 만들었을 리 없는






오늘은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공존한다. 내리막길이면 마냥 쉬울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고통이 더해진다. 힘들다는 생각만이 나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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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 세상의 끝일 것 같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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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길은 또 이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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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누군가가 서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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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간절한 기도로 이것들을 매달았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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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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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있는 오두막이 매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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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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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무를 깎아 이정표를 만들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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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을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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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이 나오고, 이 또한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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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이 나오고, 이 숲을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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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도 나오고, 이 숲을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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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도 나오고, 이 숲을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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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도 나온다.






내가 걸어가는 길 앞에 무엇이 놓였을 지 알 수 없다.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어렵게 한 가지 선택을 하고 나면 생각했던, 혹은 생각지 못했던 길이 펼쳐진다. 그 길이 평탄하고, 안전하고, 바라는 대로 흘러가 주기만 했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부러지고, 휘었으며, 끊어져있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선택해야 한다. 끊어진 게 나을 지, 부러진 게 나을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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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부분에만 이끼가 자라는데, 이끼를 걷어 화살표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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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계절






타다파니로 내려오는 길에 한국인 모자를 만났는데 그분들은 3박 4일의 일정으로 오늘부터 내려가는 일정이라고 했다. 아, 그 얘기가 왜 자꾸 머릿속에 맴맴거릴까. 힘들다고 벌써 내려가고 싶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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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간드룩, 진심 나는 여기서 잘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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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말 푼힐에 곰..곰이 산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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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가 층층이 피었다.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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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간절히 쌓아올린 돌탑에 염원이 더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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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흐려보이기만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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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발자국 움직이면 쏟아지는 태양을 볼 수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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