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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름 Feb 26. 2019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3일차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길


새벽 5시. 기모바지와 털모자, 장갑은 물론 내가 가진 모든 외투를 껴입었다. 푼힐 전망대에 가기 위해서였다. 어제 약간 떨면서 잔 탓인지 오늘 피로도가 최고치에 달했다. 게다가 어제 엄청난 오르막길을 오른 덕분에 다리가 굳어 말을 듣지 않는다. 제법 높이 올라가는 고도에 숨이 찬다. 그와중에 아직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하다. 내가 하늘로 가는 길을 오르는 걸까.









마치 흔들리는 나처럼








저 멀리서 어렴풋이 해가 떠오른다.






고레파니에 묵던 모든 게스트가 푼힐 전망대에  가는 모양이었는데, 길은 하나고, 어제같은 돌계단에 가파르기 그지없다. 고산병이 오는걸까 하고 올라가는 길에 포기하고 싶어졌다. 설상가상 해가 뜨기 시작한다. 배도 좀 아프다. 가이드 말로는 전망대에 올라가 해뜨길 기다리며 차를 마시면 좋다고 했는데. 올라가기 전부터 붉어오는 하늘을 본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내 앞으로 뒤로 사람이 가득한데 모두 오르는 사람 뿐이다.









얼마나 올랐을까. 전망대로 가기 위한 티켓 카운터가 보인다.








누군가 정성스레 그려놓은 산맥 맵.








흐린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푼힐에 올랐다.












푼힐 전망대.









전망대에 올라왔으나 일출은 못보고 사람구경만.








고레파니에서 푼힐까지 500미터를 오르막 길로만 올라야한다.






날이 다 밝아서야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있었고 각자 기념사진을 찍기 바빴다. 안개가 가득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가 싶더니 포기하고 내려가려고 할 때쯤 여기저기 휘파람 소리와 환호성이 들린다. 









설산의 끄트머리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점점 구름이 걷히는가 싶더니 더 많은 봉우리가.








저 멀리 붉고도 밝은 태양이 떠오른다.








봉우리만 보이던 산맥이 허리만큼 모습을 드러내준다.















안개가 걷히고 태양이 설산의 실루엣을 비춘다.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소리지르며 박수를 쳤다. 모든 고생과 원망이 잊혀지는 순간이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아마 내생애 감격스러운 몇가지 순간 중 하나 아닐까.









푼힐 그 꼭대기에도 멍멍이는 자울자울 졸고 있다.














일출을 보고 내려가는 길.








여전히 저 멀리선 거짓말 같은 태양이 나를 비춘다.












아까는 칠흙같이 어두운 탓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태양의 온기를 받아 푸릇하게 살아난다. 생기 있는 모습은 나의 무거운 피곤을 잠깐 잊게 했다.


















내려가다 뒤를 돌아본다.








누군가 하나씩 소원을 빌며 쌓아 올렸을 돌탑








히말라야 산맥만큼 우뚝 섰다.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는 다리같은 설산.











비로소 아침이다.








산 위에 이 무거운 가스통은 당나귀가 배달한다. 안타깝지만 귀엽고도 신기하다.








구름 속 산신령인가.








ONE OF THE BEST VIEW POINT IN THE WORLD








고작 숙소 다이닝룸일 뿐인데, 뷰가 끝내준다.






한참동안 사진을 찍다가 다시 숙소로 내려왔다. 내려오는건 아주 금방이었다. 이미 일정을 마친듯한 피곤함을 안고 짐을 싸고 아침을 먹었다. 다리도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다.









방문해줘서 고마워. 아니 내가 더 고맙지.








누군가 일부러 만들었을 리 없는






오늘은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공존한다. 내리막길이면 마냥 쉬울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고통이 더해진다. 힘들다는 생각만이 나를 가득 채운다.









마치 이 세상의 끝일 것 같은 길








하지만 그 길은 또 이어지고








또 누군가가 서 있겠지.








누군가는 간절한 기도로 이것들을 매달았을 것이고.








한치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분위기 있는 오두막이 매점이라니.








코카콜라가 있잖아.








누군가 나무를 깎아 이정표를 만들어 두었다.











이 숲을 지나면








이 숲이 나오고, 이 또한 지나면








이 숲이 나오고, 이 숲을 지나면








이 숲도 나오고, 이 숲을 지나면








이 숲도 나오고, 이 숲을 지나면








이 숲도 나온다.






내가 걸어가는 길 앞에 무엇이 놓였을 지 알 수 없다.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어렵게 한 가지 선택을 하고 나면 생각했던, 혹은 생각지 못했던 길이 펼쳐진다. 그 길이 평탄하고, 안전하고, 바라는 대로 흘러가 주기만 했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부러지고, 휘었으며, 끊어져있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선택해야 한다. 끊어진 게 나을 지, 부러진 게 나을 지 말이다.









그늘진 부분에만 이끼가 자라는데, 이끼를 걷어 화살표를 새겼다.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계절






타다파니로 내려오는 길에 한국인 모자를 만났는데 그분들은 3박 4일의 일정으로 오늘부터 내려가는 일정이라고 했다. 아, 그 얘기가 왜 자꾸 머릿속에 맴맴거릴까. 힘들다고 벌써 내려가고 싶은 모양이다.









웰컴 투 간드룩, 진심 나는 여기서 잘 줄 알았다.








아니 정말 푼힐에 곰..곰이 산다고요??








이끼가 층층이 피었다. 장관이다.








누군가 간절히 쌓아올린 돌탑에 염원이 더해지는 순간.








마냥 흐려보이기만 하더라도








몇발자국 움직이면 쏟아지는 태양을 볼 수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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