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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름 Feb 24. 2019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1일차

포카라에서부터 티르게둥가까지


히말라야 8박 9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을 마쳤다. 한국에서 운동 꽤나 했지만 등산에는 취미가 없었다. 평소에 등산을 즐기지도 않는데 웬 히말라야 트래킹이냐. 단순하게 말하면 그냥 여행 중 관광 코스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등산일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트래킹이라기에 산을 오른다는 생각보다는 산길을 오래오래 걷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이른 아침부터 택시를 타고 바그룽 자동차 도로를 따라 히말라야산맥의 어느 아래 자락인 나야풀로 간다. 도로 위에는 쌀 포대 내리는 청년들, 차를 기다리는 엄마와 아기, 젖은 머리를 빗어내리는 아낙네, 그리고 샛노란 얼굴로 방긋 피어있는 꽃무더기들이 나를 반긴다. 점포로 보이는 곳곳의 벽면을 광고판 삼아 페인팅을 한 것도 인상적이다. 양옆에 노랗게 익은 벼와 한참 수확 중인 사람들은 탈곡기 대신 직접 벼를 휘둘러 털고 기계 대신 직접 허리를 숙여 벼를 벤다.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선명해지는 히말라야산맥과 그 꼭대기에 구름과 같이 얹힌 하얀 눈들이 거짓말 같기만 하다. 앞으로 10일간 얼마나 힘들지 가늠도 되지 않지만 위대한 자연의 기운을 받으니 힘이 좀 나는 것 같다.




포카라에서 나야풀로. 비몽사몽








저멀리 설산이 보이는데 실환가 싶다.








점점 가까워진다. 와 내가 저길 오른다고?








논밭에는 벼 수확이 한창이다.








건물 벽면을 이용한 광고판이 인상적이다.






잠깐 설산을 구경하고 논밭을 바라보다 이내 덜컹거리는 택시 안에서 잠이 들었었는데 어느새 나야풀에 도착했다. 여러대의 택시가 정신없이 서있고 구멍가게 같은 매점의 장사가 활발하다. 정신 없는 통에도 썬크림을 바르고 미네랄 워터 1리터짜리 두 병을 산다. 가이드 말로는 올라가면 물이 350까지 오른다고 한다. 시내서 20~30루피에 주고 샀던 물이 벌써 여기서 50이다. 손을 발발떨며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물을 두 병 산다.









반가운 한글, 네팔 광주 진료소








포터가 두 개의 배낭을 끈으로 야무지게 묶는다. 너 혼자 이거 든다고?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는 가이드와 중학생이나 돼보이는 포터가 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가이드는 25살, 포터는 22살이란다. 나는 이번 트래킹에서 가이드보다도 포터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그건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네팔 카트만두 축제 레스토랑에서 소개받은 이 둘은 각각 가이드 20$, 포터 18$에 9일치를 선결제 했고, 애초에 가이드 10kg, 포터 15kg 짐을 진다고 해서 큰 짐과 작은 짐으로 나누어 가져갔었는데 결국 가이드는 포터에게 다 매게 했다. 그리고 가이드는 머물러야 할 숙소 예약을 하지 않아 일정이 엉망이 됐었고,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는데 한국말로 소통하려고 해서 의사소통에 더 문제가 생겼었다.









그 큰 짐을 혼자 다 지고서도 멋진 포터씨






알고보니 포터의 팔과 다리는 단단했고 그는 정말 힘이 좋았다. 자꾸 마음이 쓰여 뒤돌아보며  Are you ok? 하고 묻는 우리에게 No problem!하며 씩씩하게 산을 탔다. 나중에 가서는 저 짐을 지고도 나보다 한참은 먼저 가 있는걸 보고 애먼 걱정이었구나 싶었지만 마지막까지 믿음직스러웠던 포터씨. 고마워.









나야풀로 가는 길에 만난 꼬맹이들. 안녕?








이 좁은 길에 커다란 버스가 두 대씩 지나다닌다.








아니 나 계단 위로 올라왔는데.. 나를 칠 작정이니?








가이드가 이 샵에서 작은 치약 하나를 샀다.








그리고 그 로컬 버스에서 내리던 꼬맹이








활짝 웃으며 인사해봤지만 이내 눈을 내리깔고는 아빠(?)와 함께 가버렸다.








드디어 시작하는 건가? 출렁 다리를 한 번 건넌다.








물 색깔이 참 신비롭다. 부서지는 물살도 아름답다.








작은 마을에서 닭병아리를 들고 있는 꼬마를 만났다.








닭이 되려는 병아리는 삐약삐약 울고, 아이는 나를 잔뜩 경계한다.








길을 지나니 또 금세 삽질하며 노는 아이 발견








한 두 번 해 본 삽질 솜씨가 아니다.








닭과 함께 길 걷기는 이때부터 일상이 되었다. 조류 싫어하는데 좀 무덤덤해졌을 정도








안나푸르나라는 글자를 보니 아, 정말 시작인가 싶다.








팀스 체크 포스트에 들른다. 우린 가이드가 있어 그가 알아서 척척 해준다.








아니 여기까지 한참 걸어왔는데 알고보니 그 위까지도 지프가 다니더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








인포메이션 센터이자 체크 포스트








고레파니로 가는 길. 자 이제 정말 시작이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아랑곳 않고 옥수수를 늘어놓았다.








흔한 동네 풍경








이미 와아- 하고 감탄 했던 것 같다.








저 앞에 포터 그리고 가이드 그리고 그 뒤에 나..








산세가 가팔라서인지 전부 계단식 뿐이다.








자세히 보니 차를 따는 사람들이 보인다.








헥헥거리며 올라갔지만, 이건 정말 워밍업에 불과했다.








내가 올라가면서 곧 죽으려고 했더니 들러준 식당.








여기서 점심을 먹고 엄마와 영상통화를 했었다.








특별할 것 없었던 식탁. 에그 베지 프라이드 라이스와 모모를 맛있게 먹었다(사진 없음)








나 정말 산 타나봐 >< 이미 얼마나 올라왔는지 산봉우리가 내 눈높이와 나란하다.








저 산 속 구석구석에 마을이 있는 게 신기했다.








고레파니로 간다는 표지판. 정말 어쩌다 하나씩 있다.








뭔가를 한참 수확중이다. 이 높은 산 속에서.








저 멀리 어떤 돌 산이 보인다. 땅을 보고 걷다가 고개를 들면 보이는 풍경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들리더니








잘~생긴 말이 한 마리 지나간다. 뒤엔 백마도 있다.












그러다 작은 마을을 지나는가 싶더니 오늘 우리 여기서 잔단다.









정말..? 여기서 잔다고? 지금 시간 오후 2시..;;








어쨌든 이불도, 콘센트도 없는 방을 배정받고








방 문 밖으로 바라보니 참 예쁘네.








창 밖의 풍경이 끝내준다. 밤에 엄청 추웠던 건 안비밀.. 풍경이 좋을수록 방은 춥다.








그림같은 산을 배경으로 빨래중








저 많은 맥주는 누가 마셨을까. 낭만크루 다녀갔니?








나도 에베레스트 한 잔. 저 숲속에 야생원숭이 있다.








역마찡이 준 김. 최고의 안주이자 밥 반찬!












저녁으로 먹었던 튜나 샌드위치! 맛있어서 아침에 또먹음









아침으로 시킨 뮤즐리에 핫밀크가 나왔다..






1일차 : 나야풀 - 티르게둥가
나름 맑은 날씨에 어렵지 않은 길들을 걸으며 약 네 시간 트래킹을 마쳤다. 점심이나 먹는가 싶었더니 여기가 숙소라고. 한국에서는 산에 발자국도 내딛지 않다가 히말라야에 오다니! 이렇게 맑고 쾌청한 날씨에 흙을 밟으며 서 있는 게 나라니! 새삼스레 모든 것이 감격스러워 기념으로 맥주를 따보자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음식값이 비싸진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과감히 맥주를 시킨다. 한 병, 두 병. 밑에서부터 가져온 김을 안주 삼아 도란도란 얘길 나눈다. 어쩌다 우리가 이 길 위에 서 있는 건지,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한다는 대화를 주고받다 가이드와도 잠깐 얘길 나누었는데, 그는 한국말을 3개월간 학원에서 배웠고 한국 사람들을 만나 트래킹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빼곡히 적힌, 마치 국어사전과도 같은 그의 단어장을 보며 한국말의 어려움과 위대함을 함께 느낀다. 해가 기울고 서너시가 되자 제법 쌀쌀하다. 방으로 들어가 늦은 낮잠을 한숨 잔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가이드가 문을 두드리고, 우리는 겨우 일어나 저녁을 먹고 잠이 든다. 산속의 저녁은 이르고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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