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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름 Feb 24. 2019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2일차

지옥의 오르막 길, 고레파니


난방도, 이불도 없는 밤이었지만 침낭 하나로 제법 따뜻하게 보냈다. 어제 맥주를 마실 때 가이드가 말했었다. '밥 많이 먹어주세요. 내일은 창밖으로 보이는 건너편 산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해요. 우리는 저 산을 넘어갈 거예요.' '에? 모라고? 저길 어뜨케 넘어가~ 와하하 꺄르르꺄르르'하고 맥주와 함께 웃어넘긴 말이 현실이 되었다. 









몇걸음 떼지 않아 산과 산을 연결하는 철길 다리를 건넌다.








아직 웃음이 나오지?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둬.








철길 다리의 끝에 이렇게 예쁜 광경이 뙇!








하지만 이윽고, 산은 우릴 봐주지 않고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뜨거운 땡볕아래 사정없는 오르막길. 돌 틈새에 피어난 풀꽃이 그나마 힘을 준다.








어느새 산 중턱까지 올라왔을까. 아무렇게나 감성사진 투척








진짜 이날은 오르막길이 제일 심했는데, 태양도 제일 뜨거웠다.








쉬는 틈에 발견한 노란 꽃들. 제멋대로 피어있는 모습에 한참을 바라봤다.








가파른 비탈길에도 말은 있다.








가는 길 중간중간 꽃들을 매달아 두었다. 뭔가를 기도하는 듯이.








얼마만큼이나 올라왔을까. 산봉우리가 눈높이에 보이기 시작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한참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딸랑딸랑 소리가 들리면 짐을 지고 오르내리는 당나귀를 본다.








당나귀를 보면 벼랑 쪽이 아니라 안쪽 길에 서서 비키라고 가이드북에 쓰여있다. 자칫 목숨을 잃게될 수도 있거든..








그늘이 보이면 잠시라도 앉았다 갔다. 그 잠시의 틈에서도 아름다운 너.






내리쬐는 태양은 바라볼 수도 없게 뜨거웠다. 하지만 언제부터 살았는 지도 모를 커다란 나무가 만들어낸 그늘 아래 몸을 숨기면 이내 산골짜기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땀이 식었다. 곧이어, 연달아 만나는 오르막길이 버거웠지만 트래커들이 어느 타이밍에 쉬면 좋을지 안다는 듯 중간중간 돌로 만든 평평한 쉼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라도 앉았다 가면 다시 산을 오를 힘이 났다. 









우리 포터가 있는 곳은 항상 뷰가 좋았다.












그래서 그의 시선을 빌려 이렇게 인생사진도 남겼다!







이 위대한 히말라야 산맥 속 작은 그늘에 쉬는 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나를 보며 슬며시 나도 지금 길고 긴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잠시 그늘을 느끼러 짧지 않은 여행을 떠난 건가. 그렇담 다시 길을 걸어갈 힘을 낼 준비를 하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늘 사이로 빛을 받아 빛나는 떨어진 꽃 한 송이. 핀 나갔지만 올리고 싶어서.








울레리로 가는 길.








여기에도 작은 쉼터가 있어 보였다.








가까이 가니 과연 시원한 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다.








마니 더웠지? 등목이라도 좀 하렴.








수돗가를 등지고 바라보니 이렇게 찬란히 빛나는 풍경. 반은 풍성하고 반은 가지가 앙상하네.








신을 향해 기도하는 작은 건축물이 군데군데 있다.








울레리에는 이렇게 예쁜 레스토랑이 많았다. 더운 와중에도 눈 호강 하심. 누가 이렇게 예쁜 컬러를 쓸 생각을 했을까.








예뻐








예뻐








예뻐








오르막 길만 걷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렇게 빼꼼히 산봉우리가 보였다.








지붕에 매달린 통나무 안에는 벌이 가득하다고.








황구와 흑구. 트래킹 내내 개들이 졸졸 따라다녔다. 마치 동행이라도 하듯.








어릴 때 스케치북에 그리던 산의 모양.








씨지같던 풍경 속 집 한 채.








저 멀리에 또 무언가가 풀을 뜯고 있구나








이 길을 지나면 마치 낭떠러지 일 것 같은데도








다시 또 돌아보면 또다른 길이 펼쳐져 있다.








더 예쁜 장면들도 볼 수 있다. 포기하지 말자. 오르막 길 따위에 포기하지 말자.








돈주고도 못 살 풍경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봤다.








넘 예뻐. 넘 좋지?








나무가 울창한 숲, 가까이에는 차를 따는 사람들.








안녕 백마? 나도 백마띠란다.(라고 실제로 말함)








끝이 없지.








창문 하나에 꽃 화분 하나씩. 잊을 수가 없어.








그리고 이내 도착한 점심 먹을 곳. 과일이 빛을 받아 반딱반딱 그림같이 예뻤다.








침실인지 모를까봐 잔뜩 여러가지 나라 말로 적어놓은 것도 귀엽고.








밥 먹으려고 앉은 자리 풍경은 더 예뻤다.












때는 이때다 하고 밥먹기 전에 사진을 좀 찍는데, 어떤 꼬맹이가 알짱거린다. 두 팔을 벌렸더니 자기 온몸을 던져 안기는데.









누나는 네 총질 따위에 죽지 않아도 엄청나게 힐링했단다.








레스토랑을 지나 쪽길로 가면 나오는 들판.








빨래만 널어놔도 이리 그림인 것을.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고 불러 가봤더니 이렇게 잔망스럽다.






한 잔의 바나나 라씨를 놓고 누군가를 생각하는 일. 내겐 트래킹 내내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는 지금도 이따금씩 지금은 어디냐, 여행은 어떻느냐, 한국에 오고싶지는 않느냐 물어도 이제 그만했으면 됐으니 들어와라, 정신차리고 다시 취직해야 하지 않겠냐 하고 부담을 주거나 마음 불편하게 하지 않는 최고의 지지자다. 심지어 히말라야에서 하산 후, 포카라가 너무 좋아서 일주일이나 더 머무는 중에도 '엄마, 인도로 넘어가야 하는데 여기가 너무 좋아서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아. 여긴 꿈같고 또 천국같아.'라고 했을 때 '그래 그럼 가지 말아야지. 어차피 간 거 실컷 즐기다 오렴.'하고 나의 불법 체류(?)를 응원해줬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 응원에 힘입어 애초에 트래킹 후 3일이면 떠났을 포카라를 일주일째인 지금까지 머물고 있다. 우리 엄마지만 참 감사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잠시 휴식 후 그늘이 듬성듬성 있는 길을 간다.








영화 속에나 있을 법한 풍경들이 보인다.








그리고 또 어김없이 말이 지나가는데








말을 모는 소년의 스킬이 제법이다.








작은 시냇물을 참방거리며 지나가는데 길게 머리를 늘어뜨린 듯








한참 더웠는데 콸콸 흐르는 폭포를 보며 뛰어들고싶다 생각한다.








누군가가 또 기도하며 옴마니반메홈을 걸었겠구나








시원해.








땡볕아래 걷다 그늘에 걸으니 세상 천국이다.








또다시 마을이 나오는데, 여기가 목적지길 바랐다.








어제의 자만을 넣어두고, 또 셔터를 누른다.








몽환의 숲.








몽환의 숲2. 괴생명체가 산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아, 드디어 푼힐인가.








어제 묵었던 숙소 같네.








하늘 위로 요란히 소리를 내며 지나는 헬리콥터








이 때를 처음으로 고도가 높아질 수록 빈번히 발견했다.












그리고 또 다시 체크 포스트. 그리고 당충전...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지고, 쌀쌀하다고 느낄 때쯤 숙소 도착. 이 높은 곳에 북샵이.








숙소 거울에 비친, 고생해따.








정겹고도 신기했던 숙소의 전화기를 마지막으로 끝.








2일차 : 티르게둥가 - 고레파니
지옥의 이튿날. 어제 분명히 음? 이정도 일정이라면 할만한데? 너무 쉬운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찌된일인지 높은 돌계단을 올라올라간다. 어떤이의 글을 보니 3500개도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더니. 과연 그렇다. 등 뒤로 내려쬐는 뜨거운 태양과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땀. 기능성 티셔츠를 입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니 좀 끔찍하다. 허벅지까지 오는 계단을 한참 오르다보니 산 꼭대기가 내 시선의 높이와 비슷해진다. 이 높디 높은 산을 내가 올랐다니. 스스로 대견하다. 하필 오르막 구간인 일정에 날까지 더워서 가다 서다 물먹고 썬크림을 덧발라댔지만 의외로 또 버틸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생해서 높이 올라온만큼 좋은 경치를 앞에 두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햇빛 아래 반짝거리는 과일을 가지런히 놓아두고 팔던주스 가게였는데, 음식 맛은 물론 음료가 아주 진국이었다. 식사 메뉴보다 애플 주스와 바나나라씨가 기억에 남을 정도. 바나나라씨에서 약간의 두부 맛이 나자, 나는 엄마를 떠올렸다. 아마 바나나와 콩, 라씨와 꿀을 함께 갈아낸 것이겠지만 한국에서 엄마가 갈아주던 바나나와 두부, 꿀을 섞은 바나나 주스와 비슷했다. 하루종일 그렇게 덥더니 숙소는 꽤나 추웠고 다이닝 창 밖으로 보이는 설산뷰는 끝내줬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시간. 오롯이 자연과 나를 느끼는 일. 겨우 시간과 물건에만 자유로워졌을 뿐인데 나에게 허락된 최고의 자유를 찾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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