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
최근 내가 깨달은 가장 큰 자연의 법칙은 가랑비였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옛말은 정말 대단한 비유이다. 사소함은 항상 무시를 받는다. 그 사소함을 소중히 여기고 꾸준히 쌓아가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사소하지만 이것을 계속 쌓다 보면 크게 될 것이라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인간은 명백히 눈으로 보아야만 믿는 존재다. 당장 보이지 않는 결과를 기대하며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기대가 있으면 항상 실망이 있다. 물론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대는 실망으로 끝난다. 그 실망이라는 것은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좌절을 하게 한다. 이 좌절은 인간이 정말 피하고 싶어 하는 감정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마음도 성장해야 하는 존재이다. 기대를 하고 실망을 하고 상처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처를 극복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지키고자 하면 잃을 것이고 잃고자 하면 지킬 것이라는 성경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이 역설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확실한 결과가 나오는 것만을 쫓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바로 눈앞에 보이는 확실한 것들은 쉽게 휘발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흩뿌려진다. 그래서 쌓이고 뭉쳐질 수가 없다. 하지만 가랑비는 다르다. 아주 작고 하찮아 보이지만 이것은 쌓이고 뭉쳐진다. 그리고 시간의 마법과 맞물리면 거대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이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미련한 짓으로 여긴다. 그래서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니할 수가 없다. 언제나 지름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생 한 방'이라는 거짓 신화를 믿어버린다.
가랑비의 교훈은 삶의 역설을 전해준다. 사소함을 소중히 여기고 꾸준함으로 견지하는 것. 이것은 기대하면서 포기하는 것과 같다. 더 나은 삶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만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결심한 대로 행하는 것이다. 어렵다. 이것이 정반합이며 중용이다. 우리는 매 순간 눈앞의 형상에 흔들린다. 그 누구도 그렇다. 이 끊임없는 유혹과 혼돈에도 불구하고 매일 내면을 다스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하지만 그래야만 진화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