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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이어지는 초등 수학 이야기

도입 - 수학을 잘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by Pㄹ기








수학을 잘 한다는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수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 그 말을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그것만으로 결정된다고 말하기는 조금 슬프네요. 그럼 조금 질문을 바꿔서, 수학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나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학창 시절 시험을 앞두고 며칠 바짝 공부한 것 만으로도 가끔은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여타 다른 과목과는 달리 수학 고득점은 ‘쟤는 원래 수학 잘 해’의 ‘쟤’와 같은 학생들이 고득점을 도맡아 하고 있지 않았나요? 적어도 제 기억 속에서는 낮은 수학 점수를 받던 학생이 갑자기 점수나 등급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네요. 아마 여러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교육 시장에서 부침없이 항상 수요와 공급이 넘쳐나는 과목을 꼽으라면 수학을 빼놓을 수 없는 것만 봐도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쟤’와 같은 학생들은 왜 수학을 잘 하는 것일까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많은 사람들에 해당한다고 제가 생각하는 까닭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힌트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쟤는 원래 잘해’ 입니다. 여기서 ‘원래’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고3이라면 고2때도, 고1때도, 중학생 때도 계속 수학을 잘 했었다는 뜻이겠지요? 그 말인즉슨, 이전에 잘 했던 학생이 계속 잘 한다는 뜻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 아니냐구요? 조금 바꿔서 말하면 갑자기 잘 하게 된 학생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겠네요. 어느날 갑자기 ‘난 정말 수학을 열심히 해 보겠어!’ 하는 마음을 갖고 노력하는 학생은 많지만 실제 성과를 거두는 학생이 드문 것처럼요. 하루 이틀 바짝 외우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다른 과목과는 확연한 차이가 나지요. 그럼 왜 이러한 일이 수학에선 일어날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이전에 잘 했던 학생이 계속 잘 한다는 뜻은, 수학에서는 지금 배우는 내용이 온전히 이번에 처음 접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학년에서 배웠던 내용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여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나 중학교 과정에서는 여러분이 느끼기도, 제가 찾기도 힘들 정도로 이러한 내용들이 섞여 있기에 간단한 초등 과정을 통해 설명드리도록 할게요. 4학년에는 ‘분수의 덧셈과 뺄셈’이라는 단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분수를 더하고 빼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단원이지요. 그럼 이 단원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당연히 분수가 무엇인지 알아야겠지요? 이러한 분수는 3학년 때 처음으로 배우게 됩니다. 이걸 모른다면 당연히 4학년 분수의 덧셈과 뺄셈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되겠지요. 그럼 5학년땐 어떤 걸 배울까요? ‘분수의 덧셈과 뺄셈’ 이라는 같은 제목의 단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모가 다른 분수의 덧셈과 뺄셈입니다. 무엇을 더 알아야 할까요? 분모가 다른 분수들의 분모를 똑같이 만들기 위해 통분을 알아야겠지요? 통분을 알기 위해서는요? 배수에 대해서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분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분모가 같은 분수의 덧셈과 뺄셈도 할 수가 있어야겠지요. 이처럼 초등학교 5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내용만 하더라도 그 전, 그 전전 학년 내용들을 알지 못하면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에는 그 전에 공부해야 할 내용이 더 많겠지요? 이렇기 때문에 ‘쟤는 원래 수학을 잘해’ 의 ‘쟤’가 수학을 잘 하는 것입니다. 그 전 내용을 잘 이해했기 때문에 지금 하는 것도, 그 다음 것도 잘 해나갈 수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수학은 다른 과목보다도 계열성이 더 심하기 때문에 갑자기 공부를 한다고 해서 쉽게 잘 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앞서 말한 ‘쟤’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처음부터 잘 하면 됩니다. 그럼 이미 늦었냐구요? 그 뜻이 아니라,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어디서 부족한지를 찾아서 거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걸을 수 없다면 뛸 수도 없는 것처럼, 수학은 이전 학년에서 연결되는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지금 배우는 내용도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이해’는 단순히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슨 원리인지를 파악하고 이전 학년의 학습 내용과 연결지어 생각하며, 이를 바탕으로 다음 학년에 적용할 수 있어야 ‘이해’했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4학년 과정의 분모가 같은 분수의 덧셈과 뺄셈에서 ‘분모는 그대로 두고 분자만 계산한다’ 라는 계산법만 단순히 외우고 문제를 풀어온 학생이 있다면, 해당 단원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진 몰라도 5학년 과정에서 분모가 다른 분수의 덧셈과 뺄셈을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이해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3학년 과정에서 나오는 분수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모양은 다르지만 크기가 같은 분수로 통분을 하여 분모를 같게 만들어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초등학교 과정의 수학부터 원리를 중심으로 이해하며 수학을 공부해야 기초를 차근차근 쌓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묻고 싶으신 분도 많으실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이러한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겠네요. 저는 초등 교사로 10여년을 근무하면서 많은 학생들을 봐왔고,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학생들을 따로 지도해 왔습니다. 보통 여러 교과목 중 수학을 힘들어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었고, 그러한 학생들의 현재 상황을 분석해보면 결국 이전 학년 학습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 내용을 활용하는 올해 학습 내용 또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이를 끊기 위해 현재 학년에서 배우는 수학 각 단원에 필요한 이전 학습 내용들을 차근차근 정리하며 조금씩 따라올 수 있었고, 많은 학생들이 학년이 끝날 때 쯤에는 그렇게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번에 배우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도는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를 본 것을 그냥 버려두기엔 너무 아까워서 이러한 방식을 초등 전체로 확장시켜 글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연재를 시작하는 글은 기본적으로 초등학교 수학 교육과정의 영역 및 핵심개념 별로 나누어 정리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4학년 내용 요소를 중심으로 하여 이를 학습하기 위해 필요한 1-3학년의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내용 요소를 먼저 살펴보고, 4학년 내용 요소를 정리하며, 이를 바탕으로 나아가게 되는 5-6학년 내용 요소와의 연결점을 알아보는 것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와 연산’ 영역의 ‘수의 체계’ 핵심개념에 해당하는 4학년 내용 요소로는 4학년 1학기 1단원 ‘큰 수’ 단원이 있는데, 이 단원을 배우기 전에 연결되는 1-3학년 내용 요소로는 2학년 2학기 1단원 ‘네 자리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5-6학년 내용 요소는 5학년 1학기 2단원 ‘약수와 배수’입니다. 이처럼 영역 및 핵심 개념별로 구성하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 외에도 궁금한 영역 및 단원만 골라 읽어도 이해가 가능하며, 읽다가 이해가 잘 되지않는 개념이 나오면 해당 파트에 언급된 다른 단원으로 가서 확인 후 다시 돌아와 읽는 등 비선형적인 읽기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기본적으로 4학년 학생에게 말해주듯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해당 학년의 학생이 읽었을 때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보다 더 어리거나 더 성숙한 1-3학년이나 5-6학년 학생의 경우도 자신이 배우고 있는 내용이 다음에 어떻게 더 확장되는지, 혹은 이전에 배운 내용들 중 무엇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알고 자신의 학습에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글이 올라가는 플랫폼의 특성상 어린 초등학생들이 접할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아 학부모나 선생님들이 읽고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썼기도 합니다. 이미 너무나 오래전에 배운 내용들이시겠지만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인 내용부터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앞서 말한 교육과정 상의 영역과 핵심개념, 내용요소를 정리한 표를 살펴보며 어떠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모쪼록 어떤 측면에서든지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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