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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혼자의 시간, 함께의 시간

고독을 받아들이고, 연결을 다시 선택하는 힘

by 수요일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면, 혼자의 시간은 늘 낯설고 두려웠다.

젊을 때는 혼자인 순간이 불안했고, 늘 함께여야만 안심이 됐다.

빈 시간이 생기면 초조했고, 그 빈자리를 관계로 채우려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쌓이며 분명히 알게 된 것이 있다.
혼자의 시간이야말로 나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기초라는 사실이다.


책을 읽거나, 노트위에 무엇인가를 끄적이거나, 화면 속의 불멍을 보거나,

그저 한 잔의 커피를 내려 마시는 시간 속에서

내 생각은 차분히 정리되고, 마음은 다시 회복된다.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내 안을 돌보는 쉼터였다.


그렇다고 관계가 불필요해진 것은 아니다.

혼자의 시간이 나를 세우는 시간이라면,

함께의 시간은 나를 넓히는 시간이다.

대화를 나누고, 웃음을 주고받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내 삶은 혼자일 때와는 또 다른 빛깔을 띤다.


결국 중요한 건 고독과 연결 사이의 균형이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연결에 얽매이지 않는 것.
혼자의 시간에서 단단해지고,

함께의 시간에서 따뜻해지는 것.
그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관계는 짐이 아니라 선물이 된다.


50대가 되고 보니, 억지로 사람을 붙잡는 일은 줄어들었다.
오랜 직장생활을 졸업하고 나니, 관계의 무게 또한 달라졌다.
성과와 네트워크에 얽매이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나는 혼자의 시간을 존중하면서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는 기꺼이 시간을 나눈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관계의 방식이다.


결국 인생은 숫자나 성과가 아닌,

어떤 순간을 누구와 나누었는가로 남는다.

혼자일 때의 고요와, 함께일 때의 웃음이

나의 삶을 천천히 완성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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