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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작가 Aug 21. 2020

좀처럼 회사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그대들의 열정을 알아봐주는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 미디어에 내가 다니는 회사의 이야기를 적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는 회사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조금 더 어렸던 시절의 내가 문득 떠올라 기록으로 남겨본다.


최근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인턴십 활동이 활발하다. 일정 프로그램을 통해 과제에 대한 나름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인턴 기간동안의 활동이다. 원래는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우연찮게 중간 과제 발표회 과제 평가단이 되어 그들이 준비한 과제를 들어 볼 기회가 있었다. 나는 중간 발표를 보고 내 나름대로의 피드백을 주었고 이제 곧 그들은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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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발표를 하기 전 미리 자료를 올려야 하는 Rule 때문에 나는 그들이 올린 자료를 볼 수 있었다. 댓글로 나름의 평을 올리며 고생했다.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수고 많았다. 라는 말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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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웠던건 그 다음의 반응이다. 나는 내가 느낀 바를 너무 과하거나 없는 말을 지어내려 하지 않았다. 다만 부정적인 피드백은 최대한 자제하고 장점을 부각시켜주려 노력했다. 그 댓글 하나에 고맙다 감동이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어 너무 감사하다 등의 진심이 찐 묻어나는 인턴 분들의 댓글이 줄줄 달렸다. 이런 걸 생각하고 댓글을 단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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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지났던 시절, 불확실한 미래로 닥치는대로 뭐라도 해보겠다 덤벼들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지금도 뭐 그리 대단하겠냐만은 지금보다도 더 불확실하고, 가진 것 없던 시절. 수많은 인터뷰 기회가 있었고, 다양한 시련이 있었지만 그 사이 도중도중 나를 격려하고 '정말 좋은 아이디어야' '그래 이대로 한번 되게 만들어보자' '난 끝까지 널 도와주고 싶어' 등의 말씀을 해주신 분들의 그 한마디 한마디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물론 시련과 비난도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원천이었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나, 비난과 시련만 지속되고 누군가 나를 그 때 일으켜 주지 않았다면, 격려해 주지 않았다면,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내 노력을 알아봐주지 않았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침잠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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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들의 과제에 댓글을 남길 당시에 이를 생각하고 글을 남기진 않았다. 그러나, 별 것 아닌 나의 답글에 진심으로 고마워 하는 그들이 언젠가 더 큰 시련과 만나 힘들어 할 때. 그 때 지금 나의 말 한마디가 힘이 되어주는 계기로 남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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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과제 발표회에는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직접 눈을 마주하며 말하는 기회는 아마도 지난 과제 발표회가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듯, 그들의 진심어린 열정과 노력을 기억하고 싶다. 그들도 혹여나 마주칠 시련이 있다면, 지금의 벅찼던 순간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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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수고와 고민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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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 & Company) 컨설턴트 생활을 거쳐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미디어 전략을 담당했다. 현재 카카오에서 전사 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행동의 완결』(안나푸르나, 2019)과 에이콘출판사에서 펴낸 『퍼펙트 프리젠테이션』(2012),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2』(2017), 『퍼펙트 슬라이드 클리닉』(2020)이 있다. 『퍼펙트 프리젠테이션』은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직원 프리젠테이션 교재 및 다수의 수도권 대학에서 프리젠테이션 주교재로 채택돼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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