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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더하기 Jan 27. 2019

마음이 고우면 글도 예쁘죠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아주 가끔은 만사가 귀찮고 무엇을 해도 능률적이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나 자신이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끝없는 자괴감과 우울함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그 순간이 있다. 이것이 병도 아니기에 병원을 갈 수도 없고 막상 병원에 들려도 뚜렷한 치료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 때마다 책장에서 나를 반기는 책이 있으니 그것은 이해인 수녀님의 작품들이다. 그 어떤 명약보다도 내 마음을 치유해 주는 최고의 보약 서적인 셈이다.

시인 신경림 선생님께서 쓰신 명서 '시인을 찾아서'에 이해인 수녀님의 소개가 당당히 들어 있다. 그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 한분이 이해인 수녀님을 주제로 리포트를 제출을 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그 학생 분이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이 써넣었다고 한다.

청나라의 비평가 기윤이 두보의 '춘망(春望)'을 시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격찬하며 '시가 소박하면서도 진실하여 꾸며진 흔적이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이 극히 자연스럽다.'라고 했더란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가 딱 그와 같다고 한다.

기윤이 칭찬은 과히 이해인 수녀님에 딱 들어맞는 말이지 싶다. 그런데 딱 한 권을 소개하자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수녀님의 작품들. 고민 고민 끝에 내가 소개하기로 마음먹은 책은 그 제목까지 아름다운 수녀님의 글 모음집 '사랑할 땐 별이 되고'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싶다. 종합 선물세트. 어릴 적 누군가에게 받아 들고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지게 했던 그 기쁨이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 하나로 수녀님의 일기, 수필, 편지 그리고 시까지 모두 느낄 수 있기에 이러한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 그럼 우리도 마음의 힐링을 위하여 수녀님의 곱고 예쁜 글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나는 당신의 이름을 모르지만

산에서 하늘을 보면

금방이라도 가까이 

제 곁에 내려앉을 것 같습니다

<중략>

어느 순간 섬광처럼 부딪쳐 일어나는 

사랑의 사건 또한

얼마나 아름답고 놀라운 것인가요?

누가 눈여겨주지 않아도

그 황홀한 내면의 빛은 

소리 없이 활활 타올라

우주를 밝히고 세상을 구원합니다

그래서 사랑할 땐 우리도 별이 되고

-어떤 별에서- 중에서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이기적이다. 어떤 일을 하던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욕심으로 연결되고 그 욕심을 채우지 못하여 우리는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아주 작은 것, 하찮은 것에서도 이기심을 품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좋은 일에도 이기심과 욕심을 금물이야. 이것만 터득해도 살기가 좀 더 쉬워질 텐데.'

우리에게는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순간 욕심이 일어난다. 어느 날 아침 비가 오지 않는 날 기분 좋게 출근을 했지만 퇴근시간이 되어 비가 내릴 때 우리는 비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다.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날 뿐이다. 비에게 짜증을 낸들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다. 그것은 아마도 비가 나와 같이 감성을 가진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을 감성과 이성적으로 대하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

'바쁨 속에서도 기쁨과 평화가 있다. 유순한 마음, 좋은 마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을 할 때는 정신없이 바빠도 짜증이 나지 않고 즐겁다.'

누군가와 서로 사랑을 할 때도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이가 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서운하게 할 때는 말을 접어 두고 하늘의 별을 보라. 별들도 가끔은 서로 어긋나겠지.'


성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고 한다.

'나는 잠을 자고 있어도 마음은 깨어있다.' 이것은 빼어난 사랑노래로 알려진 성서 '아가'서에 구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수녀님은 사랑이란

'사랑은 그 본질상 방심하고 게으르거나 무관심하고 나태할 수 없으며 늘 민감하게 열려 있는 마음의 문입니다.'라고 하신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자면서도 깨어있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가 된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연인끼리의 사랑, 동료 간의 우정 그리고 모든 사랑하는 것에는 언제나 열린 마음이 존재하고 있다.

'극히 하찮은 물건이라도 사랑의 마음이 담기면 빛이 나지만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사랑이 묻어 있지 않으면 이내 빛을 잃고 싸늘해집니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우리가 일상에서 던지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그 옛날 고려의 서희 장군은 거란(契丹)의 적장 소손녕과 말로서 담판을 지어 철수하게 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 그 어느 병력과 무기보다도 더 위대함을 알 수 있게 하는 고사(古史)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말마다 감언이설(甘言利說)을 내뱉는 위인과 지키지 못할 약속을 일삼고 허언하는 사람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나를 위하는 척하고 긍정적인 것 같지만 속으로는 칼을 품고 있어 교묘한 위선의 그늘이 드리워진 언어의 이중성을 가진 사람들.

가끔은 나도 거친 말로 상대를 모욕하거나 무차별 적인 공격(?)을 가할 때가 종종 있다. 항상 뒤돌아 후회할 것을 알면서 왜 그런지 말을 가려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대인관계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상당하다. 그래서 수녀님의 말씀처럼 매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1. 단순하고 투명한 말씨.

2. 뒤가 없는 깨끗한 말씨.

'친절한 말 한마디가 값진 선물보다 더 낫지 않느냐?'


내가 한참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과연 죽음은 무엇이 그리도 슬픈 걸까? 왜 우리는 죽음 앞에 한없이 약해지고 숙연해지는 것일까? 어떨 때는 이겨내지 못할 슬픔으로 스스로도 돌보지 않는 모습을 여럿 보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이제 더 이상 고인을 마주하지 못한다는 슬픔일 것이다.

내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내 주변 또래의 부모 세대들이 저물어 가고 있다. 죽음을 대하는 나는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이를 맞이해야 할까?

삶의 의무를 다 끝낸

겸허한 마침표 하나가 

네모난 상자에 누워

천천히 땅 밑으로 내려가네

-하관- 중에서

죽음 대하고 그 죽음을 표현하는 수녀님의 마음은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래도 역시 슬픔을 일으켜 세우는 건 언제나 슬픔이었다고 한다. 한 없이 슬픈 때는 목 놓아 펑펑 울어보는 것도 명약인 듯싶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실컷 슬픔을 풀어내고 나면 나는 어느새 용감해져서 일상의 길을 걸어 들어가 조금씩 웃을 수 있다.'


수녀님의 그 많은 아름답고 고귀한 말씀 중에 욕심, 사랑, 언행 그리고 죽음에 대한 4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소개해 보았다. 어찌 이뿐이랴. 수녀님의 말씀과 글 하나하나에는 정말 많은 것을 깨닫고 반성하고 삶에 대한 태도를 올바르게 인도한다.

이 책은 분명 단권의 작은 분량이지만 그 안에 내포된 내용은 수백 권의 책을 뛰어넘는다. 마음의 양식서로 이해인 수녀님의 작품들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여러분들도 이해인 수녀님의 책으로 마음의 힐링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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