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를 받다...
그날은 전국 모의고사가 있던 날이었다.
가채점을 해보니 성적이 잘 나올 듯싶다.
주변 친구들은 나중에 발표될 성적보다 일찍 끝난 수업에 환호했고, 덤으로 생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고 궁리하고 있었다.
난 친구들에게 집에 볼일이 있다고 대충 둘러대고 발길을 옮겼다.
사실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니다.
단지 그 옆집의 담장이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도 꽃다발이 있다면 그 담을 넘겨 그녀에게 건네줄 수 있었을까?라는 이상한 승부욕이 발동했다.
머릿속에서 시물레이션 하는 동안 어느새 동네 어귀에 들어섰다.
첫 번째, 두 번째 집을 지나 세 번째 집...
그녀가 이사 온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집...
그 담 앞에 섰다...
지나다닐 땐 몰랐는데, 막상 담 앞에 서서 보니 꽤 높다.
그 앞에 서서 꽃다발을 던지는 시늉을 해본다.
뭔가 흥이 안 난다...
주변에 작은 돌멩이를 하나 주워 들어 던져봤다.
'탁'
그 작은 돌멩이마저도 못 넘기고 담벼락 끝에 맞아 툭 떨어진다.
피식 웃으며 집으로 들어가, 현관문을 열었을 때 여자구두 두 켤레가 놓여있는 걸 봤다.
거실에서 울리는 하이톤의 웃음소리...
놀랍게도 옆집 아주머니와 그녀였다...
내가 들어서니, 웃음소리가 잠시 잦아들었다.
엄마는 내게 그 두 분을 소개해줬다.
알고 보니 옆집 아주머니는 엄마와 같은 동향분이셨다.
나이는 엄마보다 2살 많은...
난 우리 엄마가 동안이라 생각했는데, 옆집 아주머니도 만만치 않게 동안이시다.
같은 고향이라 그런가?
그렇게 인사를 받고 '정연우입니다.'라고 내 이름을 밝혔을 때 옆집의 두 사람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이름 역시 연우였다. 서연우...
내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순간 그녀의 눈이 빛나는 걸 느꼈다.
반했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호기심?
이성에게 반한 반짝거림과는 거리가 먼 눈빛이었지만, 분명한 건 그녀 역시 나에게 인간적 호기심을 드러낸 건 분명했다.
난 인사를 하고 2층 내방으로 후다닥 올라갔다.
아래층엔 다시 하이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연우....
연우....
난 내방 벽에 기댄 채 내 이름인지 그녀 이름인지 모를 이름을 되뇌이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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