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데아 비타타
여러 달 동안 나는 식물 이야기를 비롯, 예전 카페와 관련된 이야기를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나의 정서적 불안감에 의한 의욕상실이었고, 또 하나는 준비 없이 적는 나의 나쁜 버릇… 그러니까 글이 막히면 무조건 도망치고 멀리서 멀뚱멀뚱 쳐다보는 것이다.
마치 유도선수가 목조르기로 인한 기절이 몸에 베여 자신의 뇌로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나의 글 역시 뭔가 막힌다 싶으면 냅다 도망치고는 후회하는 것이다.
친구들은 글 욕심이 많아서 이런 글도, 저런 글도 쓰고 싶어서 그럴 수 있다고 위로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난 끈기가 없다. 그것이 사실이다.
조금 더 성실하게 글 쓰는 자세에 임하고 싶다.
각설하고 오늘은 오랜만에 식물 이야기를 적으려 한다.
처음 식물에 대한 글을 적을 당시엔 내가 데려온 순서대로 적을 생각이었다.
집엔 스무 개가 조금 넘는 식물이 살고 있고, 하나하나 좋은 소재가 될 거라 여겼다.
하지만 앞서 말한 나의 게으름은 식물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이전 글의 다음번 순번대로 적자면 문샤인, 미니 알로에, 월동초, 이름을 모르는 다육이 정도였다.
다행히 문샤인은 아직까지 잘 지내고 있지만, 문제는 나머지 셋 미니 알로에, 월동초, 다육이는 초록 식물별로 돌아갔다.
원인은 과습이었다.
아니!
한 달에 한 번밖에 물을 안 줬는데, 과습이라니…
물론 이는 나의 잘못된 지식에 기인했을지도 모른다.
이어서 두 번째로는 고사리류였다.
후마타, 소라 칼라, 더피, 폴카타 4종류를 데려왔는데, 얘들은 반대로 말라죽었다.
사실 고사리라 햇빛이 많이 필요하지 않겠지 생각했지만, 이역시 나의 지식 부족이었다.
윤기 있고 생생했던 초록색들이 결국엔 회색으로 변한 체 바사삭 부서져 버리니…
뭔가 글쓰기 계획의 스탭이 꼬였달까?
그리고 아이비도 그러하다.
남들은 키우기 무난하다 그러는데, 나는 아이비가 제일 어렵다.
아이비 역시 과습이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는 글 소재(?)를 제법 날려버린 셈이다.
지금도 아슬아슬한 애들이 2종이 있다.
하나는 레드 크롭톤이고 다른 하나는 무늬 산호초이다.
차후에 초록별로 보낸 식물 이야기를 적어도 될 정도로 많이 보냈다.
플랜트 킬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달까?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 열흘 전쯤에 칼라데아 비타타를 집으로 데려왔다.
순번으로 따지면 제일 마지막에 적어야 할 아이일지도 모른다.
칼라데아 비타타는 사실 충동적으로 구매한 게 맞다.
사실 칼라데아 비타타보단 아글레오네마 스트라이프를 얻고 싶었다.
아글레오네마 스트라이프라 하면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영화 레옹에서 나온 식물이라 하면 ‘아~~’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아글레오네마 스트라이프는 인터넷에선 존재하지 않는 식물이다
그의 사촌 격인 식물들 스노우 사파이어, 엘레강스 핑크, 엔젤, 오로라 등은 제법 보였으나 스트라이프는 인터넷 화원에선 보이지 않으니, 수입통관상 어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국내 유통은 어려운지 알 수가 없다.
어느 분이 블로그에 해외배송엔 있던데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지만, 자칫하면 지구 한 바퀴를 다 돌고 화석처럼 배송될지도 몰라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와 비슷한(?) 칼라데아 비타타를 데려왔지만 이는 완벽한 나의 실수이자 실패다.
사실 칼라데아 비타타는 키우기가 조금은 까다롭다.
‘뿌리는 건조하게 잎은 습하게’ 이것이 기본 모토인데 지금처럼 겨울엔 습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가습기를 틀어주면 무리가 없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가전 장비는 집에 없다.
더군다나 칼라데아는 남아메리카에서 살던 애들이라 지금 같은 기후엔 특별히 신경을 써줘야 한다.
그리고 수돗물의 염소 성분에 취약해서 하루 이틀 정도 묵혔다 줘야 한다.
정리하자면 습도가 높고, 기후가 따뜻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공중 습도를 50% 이상은 맞춰야 한다. 그리고 광량 조절도 필요하다.
원래 큰 나무 아래서 살던 애들이라 광량이 높으면 잎이 타 버리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통기성이 좋은 흙으로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
불행히도 나는 이 모든 정보를 무시한 체 그냥 아글레오네마 스트라이프랑 비슷한 문양을 가졌다고 덜컥 데려온 것이다.
원래 난 겨울철엔 식물을 들일 생각이 없었다.
행여 배송 중 냉해로 식물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분갈이 역시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분갈이를 할 생각에 아직까지 플라스틱 포트에서 대기 중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으로 보면 과연 칼라데아 비타타가 봄까지 살 수 있을까 의문이다.
지금 식물등 밑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지만, 벌써부터 군데군데 잎의 상태가 나쁨이 눈에 띈다.
어쩌면 심지관수가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정신적 위안을 위해 이쁜 식물이 또 희생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금 바라는 게 있다면 부디 봄까지 무사히 버텨서 화분에 식재되는 것이랄까?
비록 나의 잘못된 바람으로 데리고 온 칼라데아 비타타지만, 그래도 이쁘게 키워보고 싶다.
이제 초록별로 돌려보는 건 가급적 지양하는 걸로…
겨울이 지나가려면 한참 멀었는데
조금 걱정스럽다.
갑자기 어머니의 잔소리가 귀가 울리는 거 같다.
이쁜 식물에게 뭐하는 짓이냐고 말이다.
칼라데아 비타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면….
조금만 견뎌라.
곧 이쁜 화분에 식재해 주마 정도?
겨울은 길기만 하다.
나에게도…
그리고 칼라데아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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