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사파이어
나의 세 번째 반려식물은 스노우 사파이어이다.
광안리에서 가게를 열었을 때 식물은 금전수, 다육이인 크리스마스, 그리고 이번에 얘기할 스노우 사파이어 이렇게 3개가 전부였다.
크리스마스는 사실 작년 이맘때 과습으로 사망했다.
작년의 나는 식물의 지식이라곤 흔한 말로 개미 눈물만큼이나 없었다.
지금은 그때보단 조금 많이 배우긴 했으나, 아직 초보인 건 변함이 없다.
다행인 건 모르는 건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지금 내 식물의 상황이나 증상을 확인할 길이 많기에, 조금은 자신감이 있는 상태랄까?
작년의 나는 정말 식물은 물만 주면 잘 자란다 생각했던 시기였기에, 다육이 역시 금전수,스노우 사파이어와 같이 물을 줬던 터라 다육이는 과습으로 순식간에 죽었다.
지금 크리스마스가 썼던 화분은 이름 모를 다른 다육식물의 거주지(?)로 쓰고 있다.
스노우 사파이어…
영화 레옹의 스틸컷을 보면 마틸다가 옆구리에 끼고 레옹과 함께 거릴 걷고 있는 신이 있다.
누가봐도 식물 무늬가 이쁘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국적인 문양…
그런 영향으로 스노우 사파이어가 인기 있는지도 모르겠다.
블로그에서도 그렇게 설명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레옹이 키웠던 식물이라 하면 이해하기도 쉽고, 나 역시 그와 통하는 어떤 것이 있을 거 같은 기대감이랄까?
나중에 알게 됐지만, 레옹이 아끼던 그 식물은 아글라오네마 스트라이프스란 걸 알았을 땐, 아쉬움과 함께, 수많은 스노우 사파이어의 사촌(?)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랬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건 이 아이는 나의 선택이 아닌 어머니의 선택으로 우리 가게로 왔으니,
레옹과의 접점은 내가 아닌 어머니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스노우 사파이어란 이름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이름이란 걸 얼핏 들었다.
이런 예명(?)은 원예유통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사실 아글라오네마 다이아몬드 보단 스노우 사파이어라 하는 게 꽃의 모습을 더 잘 설명해 주는 거 같다.
잎 사이사이의 하얀 반점이 마치 눈이 내려앉은 것처럼 보이니 그야말로 적절한 예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스노우 화이트의 꽃말은 부귀, 행복, 행운이다.
이런 꽃말 때문일까?
금전수, 고무나무, 스투키와 함께 개업 선물로 많이 나간다.
어머니께서 스노우 사파이어를 고른 이유는 이런 꽃말보다, 원예 가게에서 키우기 수월하단 말 때문이었다.
게으른 아들에게 줄 화분으론 최고이지 않은가?
그리고 아름다움은 덤이었다.
가게를 할 당시 금전수는 창가 한 구석, 크리스마스는 카운터 포스기 근처에 있었다.
그런 창가에 균형을 맞춘다는 핑계로 데리고 온 스노우 사파이어…
어머니께선 가게에 오시면 으레 행사처럼 금전수에게 예쁘구나 하고 말을 건네고 잎을 살펴보셨다.
그리고 나는 아메리카노를 뽑아 어머니께 드렸다.
어머니는 얘도 금전수만큼 키우기 수월한 아이니 2주에 한번 정도 주라고 하셨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물 많이 주지 마란 말씀도 하셨다.
대충대충 보셔도, 어머니의 눈썰미는 무시할 수가 없다.
그렇게 가게를 하는 동안 별 탈 없이 잘 자랐다.
키우면서 신기한 건 잎이 날 때였다.
금전수는 드릴(?)처럼 땅에서 줄기가 솟아올라 ‘뿅’하고 잎이 난다면
스노우 사파이어는 줄기에서 복사한 듯한 느낌으로 뾰족하게 말린 잎이 솟아 나와 잎이 조금씩 펴진달까?
그리고 그런 건 줄기 하나가 아닌 여러 군데서 멋진 모습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여름 때 가게를 정리하고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땐 잎이 더 무성하게 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가게 환경 하고는 달라 식물들이 고생했다.
가게는 에어컨과 서큘레이터로 어느 정도 공기가 돌았으나 집에선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스노우 사파이어의 꽃은 곰팡이가 피어 내가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
꽃이라고 해서 진달래나 국화처럼 그런 활짝 핀 모습이 아니라, 길쭉한 꽃대에 하얀 봉오리가 있는 모습이다.
그런 습한 환경에서 겨우 살아남았더니, 겨울에 나의 무지함과 무관심으로 죽일 뻔했다.
앞편에서 말했지만 금전수는 냉해로 고사 직전이었고,
스노우 사파이어는 불행 중 다행으로 잎 몇 장이 냉해로 말라비틀어진 정도로 그쳤다.
그나마 스노우 사파이어는 안쪽에 있었던 게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비록 몇 장의 잎이라 해도 아래쪽 잎은 피해가 상당했다.
너무 심한 건 잘라냈다.
잘라내면서 몇 개의 잎은 물에 담가 뿌리가 나길 바랬다.
나중에 알았지만, 스노우 사파이어의 번식은 포기 나누기를 해야 한다.
결국 그 잎들은 겨울을 지나 봄이 될 때까지 서서히 시들어 죽었다.
겨울이 지난 뒤 환기가 잘 될 만 곳에 자리를 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 때 가운데 잎 하나가 자랐다.
가운데 생뚱맞게 잎 하나만 꼿꼿이 나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이 작은 게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흙을 파보니 뿌리가 있는 독자적인 한 잎이었다.
나는 얘는 따로 키워 번식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 하단에 구멍을 뚫고, 흙을 담아 바로 옮겼다.
행여 분갈이로 죽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만, 뿌리가 있으니, 시들 거리긴 해도 죽진 않을 거란 확신을 했다.
얼마 뒤 어머니께서 이를 보시곤 괜한 짓을 한다며 약간은 한심하게 보셨다.
어머니는 한 화분에서 풍성한 모습으로 잘 자랐으면 하는데, 나의 행동은 그런 거와는 먼 것이니 괜히 뾰로통해하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뿌리는 뽑았고, 작은 화분(?)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았으니, 이젠 잘 키우면 되는 것이다.
스노우 사파이어는 집에서 두 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곰팡이가 안 났다.
본격적인 장마가 아니라서 그럴 수 도 있지만, 다른 식물들과 함께 방구석에서 시원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새잎이 몇 장 났다.
그전의 풍성한 모습이랑 비슷하다.
이번 겨울엔 냉해를 조심해야 할 듯싶다.
아니 그것보단 나의 변함없는 관심이 더 중요할 듯싶다.
인터넷에서 보면 화분 가득한 스노우 사파이어…
나도 그렇게 풍성하게 키우는 게 작은 소망이자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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