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의 세 번째 조종사를 아시나요?
드디어 만 3세가 된 우리 아들은 매일매일 관심분야가 달라진다. 그저께는 고래 책을 보며 고래고기 이야기를 하다가, 어제는 다시 우주 책을 펼쳐든다. 가장 좋아하는 우주 그림책인 <Spaceblock>을 보던 우리 아들. 이제 하도 많이 봐서 안 읽어줘도 혼자 이해를 하는 수준이 되었다. 이 책은 이제 옆에서 안 읽어줘도 되는, 부모가 편한 책이 되었다.
혼자서 얌전히 책을 보는 것 같더니, 갑자기 아빠를 부르는 녀석. 그리고 하는 말
달님에 세 명 갔는데,
왜 두 명만 달님에 있어?
예전에 아이가 좋아하는 우주 책에 대해 소개한 글 ( 링크 : 블랙홀에 빠지면 누가 구해주나 )에서 격찬을 한 바와 같이, <Spaceblock>이라는 그림책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말 잘 만든 책이다. 위 그림 두 장만 봐도 알 수 있다. 분명 출발은 세 명의 우주조종사가 한다. 그런데 달에는 두 명이 있다. 그럼 한 명은 어디 있을까?
여러분은 한 명이 어디 있는지 찾으셨나요?
언제나 지구 주위를 맴도는 달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러한 달에 처음 발을 내디딘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가? 대부분 알고 있듯이, 바로 윗 사진의 좌측 인물 닐 암스트롱(Neil Alden Armstrong)이다.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미국의 아폴로 계획. 그 아홉 번째 미션으로 발사 된 아폴로 11호의 선장인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것으로 유명하다. 더불어 유명한 이 말과 함께.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아폴로 11호의 캡틴이자, 인류 최초로 다른 천체에 방문한 암스트롱에게 쏟아진다. 인류 역사상 달에 두 번째로 발을 디딘 버즈 올드린(Edwin "Buzz" Eugene Aldrin Jr.)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희미하다. 심지어 아래 오른쪽 사진에 남은 발자국을 암스트롱의 발자국으로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올드린의 발자국 사진임에도 말이다.
영화 <세 얼간이>에서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언급하며 올드린을 예로 든다. 아무도 그를 모르지 않냐고. 예전 TV 광고에도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는 카피 하에 올드린 이야기가 나온다. 아래 왼쪽 사진과 같이 2등 이야기 단골 소재로도 올드린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버즈" 올드린은 잊힌 불행한 영웅일까?
세간에 알려진 인식과 달리 올드린은 대외적 활동을 활발히 한다. 달 착륙 등의 경험을 대중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응원도 받게 된다. 결정적으로 영화 <토이 스토리>에 등장하는 우주인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는 대놓고 "버즈" 올드린을 본떠서 지은 이름이다. 미국 사람들은 버즈 캐릭터를 보고 자연스레 올드린을 떠올릴 정도로 그는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1등인 암스트롱, 2등인 올드린까지 기억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한 명이 남지 않는가? 바로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이다. 글 서두에 언급한 우리 아들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한 우주 비행사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콜린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등수를 매길 수가 없다. 그는 달 근처까지는 암스트롱, 올드린과 함께 했지만 달에 착륙하지는 못한 것이다.
그에게는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글 상단 그림책에서 달 착륙한 장면을 보면 왼쪽 상단에 사령선 '콜롬비아'가 달 주위를 선회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 그는 달에 착륙한 암스트롱과 올드린, 그리고 자신의 무사 귀환을 위해 사령선을 조종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던 것이다. 함께한 동료가 달에서 성조기를 꼽고, 임무를 수행하는 사이 그는 묵묵히 달을 선회하고만 있었다. 전 세계 모두가 달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도 말이다. 그 누구보다 달에 가까이 있었지만 미처 상륙하지 못하고 임무의 성공만을 위해 헌신하는 그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숙연해진다.
이러한 그를 동정하는 한 소년이 등장한 작품이 인기를 끈다. 바로 일본의 유명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쓴 <20세기 소년>이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다음 날, 동네 친구들은 암스트롱 이야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때 한 친구가 의외의 이름을 언급한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에 상륙했을 때, 사령선에 머물고 있는 마이클 콜린스를 말이다. 눈앞에 달을 두고도 내리지 못하는 콜린스 중령이 얼마나 분하고 외로웠을까 하며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하는 친구. 이 친구의 정체는 중요 스포일러이기에 여기까지만.
물론 콜린스는 이러한 감상을 남긴 적이 없다. 그가 남긴 자서전 <플라이 투 더 문>에 따르면, 외로움과 소외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닐과 버즈의 귀환을 기다리며 달 궤도를 비행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는 콜린스. 이러한 그가 든든히 뒷받침해 주었기에, 아폴로 11호는 달 착륙과 무사 귀환을 성공하지 않았을까?
또한, 콜린스는 역사에 길이남을 사진을 한 장 남긴다. 달에서 임무를 마친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 착륙선을 타고 이륙해 사령선과 도킹하기 직전에 찍은 사진이 바로 그것이다. 달과 착륙선, 그리고 뒤에 보이는 지구의 사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이 사진에 담겨 있다. 달에서 귀환하는 암스트롱과 올드린도 사진에 담겨 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사진을 찍은 콜린스만 사진에서 빠져있다. 이 사진은 우주 공간에 혼자 남겨진 사람의 고독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명작 중 명작 사진이다.
아이에게 세 번째 우주 조종사는 그림의 왼쪽 상단인 사령선에 있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그다음부터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우리 아이는 콜린스가 타고 있는 사령선의 위치를 정확하게 집어낸다. 그리고는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명은 이 우주선에 타고 있어"
왜 콜린스 중령이 거기에 있는지까지는 이해를 못 한 듯하다. 아무렴 어떤가. 이렇게 인류의 위대한 영웅 3인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적어도 한 명은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적인 영상 하나 보고 가자. NASA에서는 2020년 기밀 영상 하나를 공개한다. 아폴로 11호가 상륙했을 때 암스트롱의 모습인데, 그의 심한 장난기로 미처 공개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소 간 우주 경쟁이 펼쳐지던 와중이라 진지하지 못한 그의 모습을 차마 공개하지 못했나 보다. (이런 증거가 있음에도 달 착륙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베스트댓글 :
“이것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
“껑충껑충 깡충깡충 다다다다다다다~~~~”
마지막 TMI로 브런치 프로필 사진 뒤에 있는 것이 바로 아폴로 달착륙선이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된 것으로, 실제 달착륙선을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물론 우주에 갔다 온 것은 아니고, 연습용을 조립한 것이라 한다. 연습용이지만 실물을 본 것이 너무 감동스러워 한 컷 :) 그리고 이후 달착륙선 레고도 거금을 들여 구매하여 조립! 지금은 악마가 훼손할 것을 우려하여 사무실로 이동해 있다. (함께 이동한 바라쿠다 해적선 레고 사진도 함께 공개!)
아! 달착륙선 레고에도 우주인은 두명이다........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