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AI 전문가의 조금은 색다른 육아 10화

라이킷 67 댓글 28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최재운 Jan 08. 2024

트리케라톱스는 공룡이 아니다!?

추상화 과정을 시작한 우리 아들

이제 만 3세가 된, 하지만 과거 한국 나이로 5살이 된 우리 아들은 이전 글들에 이야기한 것처럼 우주를 좋아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룡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룡 책들을 보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더니, 공룡 다큐멘터리를 틀어주면 집중하며 보고 있다. 특히, 티라노사우르스로 대표되는 육식 공룡들이 초식 공룡들을 잡아먹는 장면에 상당히 감정이입을 한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아래와 같다. 왜 이렇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공룡들이 티라노사우루스 먹고 있어"

아마 티라노가 초식공룡을 괴롭힌다고 생각해서인지, 피규어로 복수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공룡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뛰쳐나와 티라노를 사냥하고 있다

최근 우리 아들이 공룡들과 놀며 발견한 놀라운 특성이 하나 있다. 그 사실을 깨닫고는 아빠에게 신이 나서 이야기한다.

"공룡들은 다 사우르스야!"

"근데 트리케라톱스는 사우루스 아니야!"

"트리케라톱스는 공룡 아니야?"*

이어서 이상한 공룡 이름을 만들기 시작한다.

"아빠싫어사우루스"

"아빠좋아사우루스"

우리 아들에게 엄마는 언제나 좋은 대상이지만, 아빠는 좋았다가 싫었다가 한다. 그와 관련된 글은 이전에 브런치에 공유한 바 있다. ( 링크 : 슈뢰딩거의 아빠 )

* 트리케라톱스는 뿔이 세 개 달린 얼굴이라는 뜻으로, 사우르스(도마뱀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가 안 붙어도 공룡이랍니다.

우리 아이가 '사우루스'라는 접미사를 보고 공룡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대표적인 추상화(abstraction) 사례이다. 추상화는 복잡한 정보, 개념, 상황들을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아이디어나 패턴으로 단순화하는 과정이다. 이 경우, 아이는 다양한 공룡 이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우루스'라는 부분을 파악하고, 이것이 공룡 이름을 나타내는 특징임을 깨달은 것이다.

추상화 과정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과정이다. 복잡한 세상의 다양한 정보를 단순화시켜 처리하기 위한 중요한 인지 발달 단계 중 하나가 바로 추상화인 것이다. 아이들은 이런 식으로 단순화된 패턴을 인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복잡하면서 새롭게 접하는 세상을 이해하고자 한다.

사람처럼 학습하는 인공지능, 특히 머신러닝과 딥러닝도 추상화 과정을 통해 학습을 진행한다. 이들은 대량의 데이터에서 패턴, 특징, 그리고 규칙을 추출하고 학습하여, 새로운 데이터에 대해 예측하거나 결정을 내리는데, 이 과정이 인간의 추상화 과정과 유사하다.

특히 딥러닝에서 사용하는 신경망은 이미지, 텍스트, 음성 등의 복잡한 데이터에서 중요 특징을 단순화하여 추출하게 된다. 특히 딥러닝의 핵심 아이디어는 신경망을 여러 겹 사용한다는 점인데, 각각의 신경망들이 추상화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신경망을 여러 겹 사용해서 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딥러닝의 앞부분에 위치한 신경망은 일반적으로 입력 데이터(예: 이미지, 텍스트, 음성 등)에서 가장 기본적인 특징을 추출한다. 예를 들어, 이미지를 인식한다고 하면 가장자리, 색상, 질감과 같은 기본적인 시각적 요소를 감지하는 것이다. 중간에 위치한 신경망들은 앞선의 신경망에서 추출된 특징들을 조합하여 좀 더 복잡한 특징을 만들어간다. 특정 형태나 패턴이 이 단계에서 인식된다. 이러한 다수 신경망들의 추상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특정 사물이나 얼굴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딥러닝이 이미지를 인식하는 과정

이미지 인식과정을 도식화한 윗그림을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미지 인식 과정에서 앞부분에 위치한 신경망은 처음에는 간단한 형태나 가장자리와 같은 기본적인 시각적 요소를 인식한다. 뒤로 갈수록, 점차적으로 더 복잡한 패턴이나 객체의 특징을 학습하게 된다. 이는 인간이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과 유사한 과정이다.

즉, 인공지능의 학습 과정은 인간의 추상화 능력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며, 이를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 인공지능도 아이도 추상화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

공룡을 좋아하지만 아직 이름 외우는 거는 어려워하는 우리 아들의 최애 공룡은 무엇일까?

아빠 : "윤우야 무슨 공룡이 제일 좋아?"

아들 : "나 긴 사우르스 제일 좋아!"

우리 아들이 얘기하는 긴 사우루스는 무슨 공룡일까요? 맞추시는 분들은.. 새해 복을 두 배 받으실 수 있도록 제가 응원하겠습니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