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 원리를 깨우치다!!??
어느덧 34개월이 된 우리 아들 윤우. 몇 달 전 같이 소아과를 방문했을 때 이야기이다. 소아과는 4층에 위치하고 있어 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게 된다. 엘리베이터의 바깥은 통창으로 되어있어 외부 경치를 관람할 수 있다. 외부 경치를 보던 아들이 이야기한다.
아들 : 엘리베이터 올라가고 있어?
아빠 : 이제 올라갈 거야
(엘리베이터 올라가기 시작)
아빠 : 밖에 봐. 이제 올라가잖아
아들 : 아닌 것 같은데
아빠 : 맞아. 우리 올라가고 있어
아들 : 그런데 나무는 내려가잖아. 내려가고 있는 거야.
(그러면서 아빠 이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짓고 있음)
위 사진과 같은 풍경은 아니었지만, 소아과 건물의 엘리베이터 바깥에는 가로수가 우거져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감에 따라, 바깥의 나무는 내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우리 아들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 아빠는 분명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고 했는데, 자기가 보고 있는 나무는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내려가는 나무를 보며 아마 우리 아이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빠 말이 잘못되었고 우리는 내려가고 있어' 그래서 아빠에게 아닌 것 같다고 말을 하며, 우리는 내려가고 있다면서 아빠는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지은 것만 같다.
아빠를 바라보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보니 감동에 빠진다. 움직이는 물체 간의 상대적인 관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 아들을 보며, 벌써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Theory of Relativity)'을 깨우치려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빠의 이러한 생각을 알았다면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1920년대 뉴욕 사람들 같구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과 관련된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혁신적인 이론이다. 여기서는 상대성이론에 대한 이론적인 이야기보다, 당시 시대 상황에 주목해 보자.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1919년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에딩턴의 실험으로 사실로 확증되었다는 기사가 전 세계에 도배되면서 아인슈타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가 되었다. 1921년 아인슈타인이 처음 뉴욕을 방문했을 때 자신에 대한 관심을 보고 본인은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이를 이용한 해석이 판을 치기 시작한다. 미국의 문학잡지 <다이얼(The Dial)>은 상대성이론을 피카소와 같은 입체파 예술가 작품에 비유했으며, 인상파 화가 세잔은 세상 풍자를 위해 '상대성' 개념을 차용하였다. 당시 많은 예술가와 철학자들은 상대성이론의 '상대성' 개념이 전통 가치에 반발한다고 생각하여 마음에 들어했다. 그리고 상대성이론은 '상대성'이라는 워딩 하나만으로 많은 작품에 투영되기 시작하였다.
반대로 전통을 중시했던 <뉴욕타임스>는 1919년 12월 '인간 사고의 모든 기초가 훼손당했다'라는 내용의 사설을 기재한다. 뉴욕타임스는 상대성이론이 절대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였기에 이런 역사적으로 부끄러운 사설이 나올 수 있었다. 억울한 비난을 받은 상대성이론은 그 어떤 이론보다 절대적 진리를 말하고 있는데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다음과 같이 한탄한다.
"상대성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상대성이론의 상대성을 상대주의(relativism)와 동일시한다. 이로 인해 많은 해석적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서두에 아빠가 아이의 물체 간의 상대적인 움직임을 관찰한 것을 상대성이론으로 치환한 것도 이와 유사한 오류이다.
자연계에는 4가지 힘이 존재한다.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 약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하고 강력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을 발표하여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 1933~2021)라는 학자가 있다. 물리학계 최고 스타 중 한 명이며, 대중서적과 강연으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와인버그는 '최종 이론의 꿈'이라는 저서를 통해 상대성이론을 잘못 해석하거나 오용하는 것을 비판하였다.
와인버그는 철학자들이 상대성이론의 복잡한 수학적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고, 그저 상대성이라는 개념만을 차용하여 문학적이나 철학적인 해석에 사용하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을 포함한 현대 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이 남용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하였다.
또한, 과학철학자들에게 비판적인 견해를 표현하며, 그들이 물리학의 발전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였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였으며, 그 유명한 앨런 소칼(Alan Sokal)의 <지적 사기> 사건 논쟁에 참여하여 철학자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물론 와인버그의 극단적인 태도는 비난을 많이 받았고, 그의 논리에도 다수 허점이 발견되었다. 그렇지만 와인버그의 이러한 견해는 과학적 진리와 정확성을 중시하는 과학자로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철학자들에게도 같은 수준의 엄격함을 요구한 의미 있는 지적임에는 분명하다.
아인슈타인과 와인버그에게 상대성이론을 함부로 가져다 쓰지 말라는 따끔한 조언을 들은 윤우 아빠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면서 바깥의 나무가 내려가는 것처럼 보인 것은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물체 간의 상대적인 움직임이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현상이다. 이를 역학적으로 해석하면 뉴턴의 고전 역학으로 풀이가 가능해진다.
상대성이론에서 뉴턴 역학으로 내려왔다고 해서 이해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아이에게 상대적인 움직임을 설명하기란 어렵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서 나무가 내려간다는 상대적인 움직임을 이해하기에 아직 아이는 너무 어리다. 설명을 최대한 쉽게 해보려 하지만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며 아빠는 무슨 소리를 하나 쳐다만 보고 있다.
그럼에도 다음에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아이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올라가고, 나무는 내려가. 알았지?
요즘 꼭 '알았지?'를 뒤에 붙이는 녀석. 아직 이론적인 것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물리적인 현상에 대한 이해를 몸소 해나가는 34개월의 아이이다.
매주 월요일 조금은 색다른 육아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브런치 공모전 이후, 육아와 인공지능, 인문학 이야기는 좀 쉬어야지 했는데, 1주일 만에 다시 본업(?)으로 돌아왔네요. 그동안 저희 아이는 34개월이 되었고, 많은 에피소드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찬찬히 풀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