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육아는 닮아있다.
드디어 35개월이 된 우리 아들은 도둑과 경찰 놀이를 아주 좋아한다. 술래잡기의 일종으로 경찰이 도둑을 잡는 놀이인데, 어린이집에서 자주 해서인지 집에서도 아빠에게 도둑과 경찰 놀이를 하자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아이는 늘 경찰이고, 아빠는 늘 도둑이다.
도둑과 경찰 놀이는 역할을 번갈아가면서 해야 한다. 경찰이 도둑을 잡게 되면, 도둑이 경찰이 되고 경찰이 도둑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잡는 것이 술래잡기 놀이의 정석이다.
하지만 아이는 언제나 잡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자기가 경찰이 되어 아빠를 잡고만 싶은 것이다. 아빠를 잡게 되면 자기가 도둑이 되고, 경찰이 된 아빠가 자기를 잡으러 오는 것이 너무나도 싫은가 보다. 그래서 아이는 하나의 꾀를 쓴다.
아빠를 잡을 수 있음에도 잡지 않는다. 아빠의 뒤를 쫓아 구석으로 몰아놓고도 터치를 안 한다. 경찰이 도둑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러고는 아빠에게 외친다.
아빠 뛰어야지! 도망가!
언제나 경찰만 하고 싶은 35개월 악동이다.
(저희 집은 1층이라 층간 소음에 조금 자유롭고, 매트도 깔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중에도 도둑과 경찰의 원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 있다. 바로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으로, 최근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에 활용되고 있는 아주 핫한 기술이다. 미드저니(Midjourney)나 DALL-E와 같이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인공지능에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 바로 GAN이다. 명화를 복원하는 기술에도 활용되고 있고, 새로운 예술 작품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된다. 게다가 많은 논란이 된 딥페이크(deepfake)와 같이 실제 인물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꾸는 데에도 사용된다.
재미있는 것은 GAN이 아이들의 '도둑과 경찰'과 같은 술래잡기 놀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동작한다는 것이다.
먼저 '도둑'역할을 하는 생성자(Generator)가 있다. 이들은 가짜 데이터(이미지, 영상 등)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도둑들이 경찰에 안 잡히려 하는 것처럼, 생성자는 진짜 같은 가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도둑을 잡는 '경찰'역할인 판별자(Discriminator)가 있다. GAN에서 판별자는 데이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하는 역할을 한다. 경찰이 도둑을 잘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판별자는 생성자가 만든 가짜 데이터를 구별하려고 한다.
GAN의 학습과정은 생성자와 판별자의 계속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뤄진다. 마치 도둑이 경찰에 안 붙잡히기 위해 위조를 교묘하게 하듯이, 생성자는 점점 더 진짜 같은 가짜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마찬가지로, 경찰이 효과적으로 위조품을 찾아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처럼, 판별자는 점점 더 정확하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게 된다. 더 잘 탐지하는 경찰을 속이기 위해 도둑은 위조 수법을 향상하게 되고, 경찰은 더 감쪽같아진 가짜를 구분하기 위해 판별능력을 또 키우게 된다.
경쟁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 두 모델 모두 자신의 역할에 맞게 성능을 향상한다. 이를 통해 GAN은 매우 진짜 같은 가짜를 '생성'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GAN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모델은 수많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탑재되어 진짜와 같은 그림과 영상 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GAN이라는 인공지능은 두 역할의 경쟁으로 만들어진다. 도둑과 경찰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GAN은 매우 사실적인 결과를 생성하게 된다.
허나 우리 세 돌을 한 달 앞둔 우리 아들은 경찰만 하려고 한다. 도둑의 역할은 극히 거부한다. 그러던 아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삼자가 개입을 한 것이다. 삼자의 존재는 바로 '호랑이 인형'이다. 호랑이 인형을 손에 들고 아빠와 도둑과 경찰 놀이를 한다.
그리고 경찰 역할을 할 때는 열심히 아빠를 쫓아다닌다. 그러다 도둑인 아빠를 잡으려는 바로 그 순간, 아이는 아빠를 잡지 않고 호랑이가 아빠를 잡게 한다. 그리고 하는 말.
호랑이가 잡았어. 이제 호랑이가 도둑이야!
그리고는 호랑이를 손에 쥐고 도망간다. 잡힐 때가 되면 호랑이가 도둑이었으니 호랑이를 잡아가라고 한다. 벌써부터 공범을 마련하고, 공범에게 모든 혐의를 떠넘기고 있다.
제목의 표지는 챗GPT에 내장된 챗봇인 DALL-E를 통해 생성한 것이다. DALL-E는 애초 독자적인 서비스였으나, 최근 챗GPT와 연동이 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DALL-E 역시 본문에 언급한 GAN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본 포스트의 표지로 쓰기 위해 DALL-E에게 그려달라고 한 것이다. 상당히 귀엽게 아빠와 아이가 노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얼핏 보면 완벽해 보이나 일부 오류들이 보인다. 어딘지 찾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