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이라는 숫자를 입 속에 물고 있으니, 마치 시간을 삼킨 것 같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펜 끝에 담으려 하는 순간, 세월의 무게가 손가락을 무겁게 눌러옵니다.
1989년의 그 가을. 우리는 세상이 우리 둘만을 위해 돌고 있다고 믿었고, 동시에 아주 작은 오해에도 모든 것이 무너질 듯했습니다. 당신이 건넨 낡은 책갈피 사이에, 내 가슴속 시계는 정지했습니다. 오후 5시, 그 빛이 사그라지는 시간 속에서.
그 뒤로 몇십 개의 계절이 흘렀습니다.봄은 몇 번을 피었다 졌고, 가을은 몇 번을 당신의 이름처럼 조용히 문을 닫았습니다. 나는 살았지만, 그것이 산다고 할 수 있었을까요. 내 삶은 계속 흘러갔지만, 당신과의 시간만은 봉인된 유리 상자 속에 풋풋한 모습 그대로 갇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마주칠 때마다—혹은 혼자 창밖을 바라볼 때마다,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아니, 떠올랐다기보다, 당신은 항상 내 곁에 있었습니다. 말 없이, 그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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