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0년의 침묵을 깨며

by 시가 별빛으로 눕다

40년이라는 숫자를 입 속에 물고 있으니, 마치 시간을 삼킨 것 같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펜 끝에 담으려 하는 순간, 세월의 무게가 손가락을 무겁게 눌러옵니다.


1989년의 그 가을. 우리는 세상이 우리 둘만을 위해 돌고 있다고 믿었고, 동시에 아주 작은 오해에도 모든 것이 무너질 듯했습니다. 당신이 건넨 낡은 책갈피 사이에, 내 가슴속 시계는 정지했습니다. 오후 5시, 그 빛이 사그라지는 시간 속에서.

그 뒤로 몇십 개의 계절이 흘렀습니다.봄은 몇 번을 피었다 졌고, 가을은 몇 번을 당신의 이름처럼 조용히 문을 닫았습니다. 나는 살았지만, 그것이 산다고 할 수 있었을까요. 내 삶은 계속 흘러갔지만, 당신과의 시간만은 봉인된 유리 상자 속에 풋풋한 모습 그대로 갇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마주칠 때마다—혹은 혼자 창밖을 바라볼 때마다,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아니, 떠올랐다기보다, 당신은 항상 내 곁에 있었습니다. 말 없이, 그림자처럼.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시가 별빛으로 눕다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30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2년여 동안 요양시설에서 치매 노인들과 함께 하였고 현재는 AI,인권, 노인의 성,치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의와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8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1화 연초록 시 한 편 하늘가에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