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47분.
사무실의 형광등이 차갑게 내려다본다. 키보드의 타이핑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고, 누군가의 전화음이 멀리서 들렸다가 사라진다. 평범한 월요일, 평범한 오전이다.
나는 밀크커피를 꺼낸다.
편의점에서 구운 듯한 냄새가 나지 않는 카페의 그것이다. 따뜻한 잔을 양손으로 감싼다. 왼손의 체온이 오른손으로 전해지고, 그 사이로 피어나는 흰 김. 밀크커피의 향기가 천천히 코끝을 스친다.
우유와 원두가 섞인 그 부드러운 냄새.
그 순간, 세상이 멈춘다.
"자기야."
누군가 나를 부른다. 누구의 목소리일까. 분명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다. 사무실의 소음 속에서도, 여전한 키보드의 타이핑음 속에서도, 나는 그 목소리를 듣는다.
밀크커피를 더 깊이 들이마신다.
그러면 당신이 더 가까워진다. 마치 당신이 이 잔 속에 담겨 있는 것 같다. 당신이 좋아하던 향기, 당신이 선택하던 비율, 당신이 원하던 온도.
"따뜻한 게 좋아. 뜨거운 건 싫어."
당신의 목소리가 명확하다. 마치 어제 들었던 것처럼. 어제가 아니라 언제인지 나는 더 이상 모른다.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 같은데도, 어느새 당신은 내 일상의 공기처럼 무색투명해졌다.
나는 당신을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린다.
그 날씨는 어땠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떤 말을 나눴는지. 모든 것이 선명하다. 마치 사진처럼. 아니다, 사진보다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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