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의 감사가 끝나고 직원들과 회식자리 어찌 되었든 끝남은 마음과 육체를 쉬게한다
회식장의 불이 점점 희미해진다. 테이블 위에는 양주와 맥주병들이 무질서하게 누워 있다, 확인서를 한 장도 쓰지 않은 직원의 입가엔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몇 장의 확인서를 작성한 직원의 입술은 바쁘게 운동을 한다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튀어 나오는 음절은 나에게까지 오지 못하고 오다가 자폭하고 만다. 투명한 유리창에 희미한 손자욱만 남긴채.
과장이 또 잔을 부었다. 맥주와 소주가 섞여 있는 폭탄주. 노란색과 투명한 색깔이 섞여 불분명해진다. 내 앞의 잔도 그렇다. 어떤 술인지 구분이 안 간다.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것을 들었다. 손가락이 유리를 감싼다. 유리는 차갑다. 내 손은 따뜻하다. 그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온 몸으로 체득한다
"주사님 요즘 뭐 하세요?"
누군가가 물었다. 어린 후배인 것 같다. 아직 서른이 되지 않은 눈빛이다.
"응... 뭐 하냐고 하면... 나? 살지."
내 목소리가 이상하다. 낮고 먹먹한 소리가 나온다. 술 때문일까, 피로 때문일까. 혹은 거짓말 때문일까. 나는 살고 있는 게 맞나. 나는 정말 살고 있는 걸까.
"연애는요?"
또 다른 후배가 물었다. 이들은 왜 자꾸 내 삶을 묻는가. 나는 당신들의 삶을 묻지 않는데. 아니다. 묻고 싶지 않은 것이다. 듣고 싶지 않은건가.
나는 웃었다.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입가를 올린 것일 뿐이었다.
"연애? 그런 건 이미 오래전 물건 같아."
그들이 웃었다. 내가 깔아버린 진실이라는 카펫이 웃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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