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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RSV 바이러스 예방주사 맞고 왔어요

153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두 번째 모유수유 상담

지난번 모유수유 상담 때는 나의 골칫거리인 '젖물잠(젖을 물고 자는 것)'을 고쳐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우리 축복이는 젖물잠이 심각한 아기였는데 지난 2주 동안 많이 울면서 그 습관을 많이 고쳤다. 아직 완벽히 다 고치진 못했으나 그래도 젖을 물고 자면 안 된다는 걸 아는 듯하다. 젖을 다 먹고 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거나 몸을 뻗띵긴다. 마치 '엄마, 저 다 먹었어요' 하듯이.


두 번째 상담 때는 새벽수유를 끊어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첫 번째 방문 때도 그렇고 자세한 방법을 들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뾰족한 방법을 제시해주진 않았다.


그냥 옆에서 자세요.
아기 소리가 자꾸 들리면 귀마개 끼고 자세요.


이게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우회적인 방법은 없다는 뜻이리라. 축복이가 또 많이 울어야 할 것 같다.


축복이는 조금 마르게 태어났는데 지금은 조금 뚱뚱한 편이라고 한다. 의외였다. 모유만 먹어 영양이 부족할까 자나 깨나 걱정하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조금 살찐 편이기에 새벽수유를 끊어야 한다고 하셨다. 새벽수유가 이유식을 많이 못 먹게 해서 결국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단다.


새벽에 아기가 끙끙대는 것도 듣기 힘들어, 울지 않고 끙끙대기만 해도 젖을 주는 내가 2주 안에 새벽수유를 줄일 수 있을까? 일단 목표는 2번에서 1번으로 줄이는 거다.







RSV 바이러스 예방주사

RSV 바이러스에 어린 아기들이 걸리면 심하게 앓을 수 있다고 한다. 심하면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리나라에서는 RSV 예방주사는 생후 8개월 미만 아기들이 맞으면 좋으며 접종 후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어 최대한 빨리 맞는 게 좋다. 그렇다면 당연히 접종하는 게 좋을 텐데 문제는 가격이다.


60만 원.


RSV 바이러스가 2년 미만의 아기들이 거의 무조건 한 번은 걸리는 바이러스라는데 예방접종 60만 원이라니. 이게 맞나? 적은 돈이 아니다. (정부는 쓸데없는 저출산 대책 예산낭비 말고 이런 걸 지원해줘야 한다.)


가격이 부담되어 고민했지만 안 맞았다가 혹시 감염되면 누구를 원망할까, 싶어 맞추기로 했다. 모유수유상담 후 간단히 예진표를 작성했다. 축복이는 아빠에게 안겨 신기한 듯 의사 선생님을 바라보다가, 주삿바늘이 허벅지를 찌르고 한 3초 후부터 크게 울게 시작했다. 그 시간차가 웃기고도 안쓰러웠다. 다행히 축복이는 4개월 접종 때보다도 많이 울지 않았다. 익숙해진 걸까, 아니면 덜 깊은 주사였을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60만 원이든 600만 원이든 축복이가 건강할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

축복아, 꼭 건강하자!





풍선이 좋아요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원래도 TV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보는 몇 안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아기를 좋아하고 나중에 어떻게 키워야지,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아기가 생기고 보니 이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다.


최근에 박수홍 가족이 나오는데 딸 재이가 우리 축복이랑 태어난 날이 비슷해서 너무 공감하며 보고 있다. 축복이 또래 재이를 보며 안도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우리 애만 특별한 게 아니었네?’ 싶어 조금 서운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재이가 풍선을 양팔과 다리에 매달고 노는 장면이 나왔다. 그걸 본 우리도 축복이에게 풍선놀이를 해주기로 마음먹었으나 짬이 나지 않았다. 외출한 김에 드디어 헬륨 풍선을 샀다. 오래도록 기대한 풍선을 들고 집으로 향하니, 내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았다. 우리 축복이가 좋아하겠지. 축복이가 좋아할 걸 상상하니 내가 해실해실웃음이 나왔다.


축복이의 반응은 꽤 좋았다. 처음에는 손에 살짝 매달아 놓으니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자꾸 풍선 끈을 먹으려고만 했다. 그런데 풍선을 발에 제대로 발에 매달아 놓으니 자기가 움직일 때마다 풍선이 움직인다는 걸 파악했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한참 동안 놀았다. 1시간도 넘게 혼자 논 것 같다. 기대하고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다행히, 고열이 펄펄 끓었던 4개월 접종과 달리 RSV 예방주사는 그런 부작용이 없었다. 몸에서 항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항체를 넣는 주사라 그런가 보다. 잔뜩 긴장했는데 참 다행이다.






병원에 다녀왔지만, 우리를 감싸는 완연한 봄기운이 참 기분 좋았다. 미세먼지가 심해 산책은 하지 못했지만, 곧 축복이와 함께할 봄나들이를 기대하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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