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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울음소리는 언제부터 시동 없이 '으앙'이 되었니

136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Mar 08. 2025

오늘은 웬일인지 아기가 아침 11시까지 자줬다. 덕분에 나름 여유로운 아침을 보낼 수 있었다.


아, 물론 스트레이트 통잠은 아니다.

모유수유를 하는 우리 축복이는 아직도 2번 정도 새벽수유를 한다. 친구네 아기는 11시간 스트레이트 통잠을 잔다는데 축복이는 어제쯤 그렇게 될까? 비교하면 나만 손해고 피곤해지는 아는데 문득문득 비교심이 드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모유수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축복이와 나는 모유수유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다. 아니, 아기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뿐이니, 정확히는 내가 고생 중이라고 해야 할까. 생후 70일 정도까지는 모유 양이 부족해서 분유 먹으려고 달려드는 아기에게 모유를 주려고 안달이었다. 그런데 80일 정도께 어느 순간부터 젖양이 늘어나더니 하루에 한 번도 분유수유를 안 하는 날이 많아졌다. 완모(완전 모유수유) 성공!


한동안은 완모라는 본래 목표를 이루어서 아주 뿌듯했다. 이게 글자 몇 자 적어서는 끝나지 않는, 과장 보태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완모까지의 과정이 있었다. 그래서 육아할 때도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통한다며 혼자 으쓱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또 다른 고생의 시작이 되었다. 지금 아기는 분유 젖병 거부에, 쪽쪽이 거부, 젖물잠 3종 세트가 같이 온 상태다.


이 셋은 어찌 보면 다 연관되어 있는데, 한 마디로 하면 이거다.

 '엄마 젖 이외에는 안 빤다!'


분유, 모유 혼합수유가 불가능하니 엄마가 직수 모유수유를 해야 하고, 잠 연장도 엄마 젖으로만 하려고 하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젖물잠이 되는 거다.


나는 MBTI P엄마답게(?) 여태껏 아기 수면교육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못했다. 인정한다. 이건 P라서 그런 게 아니라 미뤄서 그런 거다. 그래도 며칠 전에 간 소아과에서도 끝까지 젖을 주지 말고 재워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건 공부를 자세히 안 한 나라도 알겠다.


근데 축복이가 울면 진짜 목이 쉬도록 흐느껴 우는데, 그걸 견뎌내고 젖을 끝내 안 주는 게 쉽지 않다. 25분 정도까지는 울게 두고 젖을 안 줘봤는데, 울음소리가 작아지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아기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결국 젖을 줘버렸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그런 행동은 '내가 이렇게 울면 엄마는 젖을 주는구나'를 학습시키는 꼴이 된단다.


그래서 젖물잠을 떼려고 시도하다 실패하고, 시도하다 실패하고 반복하니 이제는 축복이 울음소리가 시작부터 우렁차다. 지금까지 축복이는 집에 오는 손님마다 순하다고 칭찬받았던 아기다. 울 일이 있어도 조용한 칭얼거림에서 점점 소리가 커지는 '으앙' 울음까지 점차적인 그라데이션으로 울었다.


그러나 이제 앞 단계는 건너뛰기 일쑤다. 자기가 졸린데 내가 젖을 안 주는 것 같으면 바로 '으앙!' 큰 소리로 울어버린다. 그 울음소리가 듣기 싫은 초보 엄마는 당황해서 '어, 그래 그래'하고 젖을 내어주게 되는 거다.






하여튼 그래서 136일 차인 오늘도 낮잠 4번 중 1번 빼고 다 젖물잠을 해서 재웠고, 밤잠 또한 젖물잠이었다. 젖물잠을 해서 재우고 나면 한 마디로 기분이 영 찝찝하다. 일단 아기가 자지 않고 힘들게 하는 위기상황(?)은 잘 넘겼는데, 아기 교육에는 안 좋은 것 같으니까. 일단 일은 봐서 급한 불은 껐는데 뒤는 안 닦고 나온 기분이다.


내가 교사라서 무조건 오냐오냐 키우면 절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아이들 지도할 때, 학급 운영할 때 절대 나는 모두 오냐오냐 하지는 않는다. 내가 젊은 교사여서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더라도 모두 허용해주지는 않았다. 그게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고 믿으니까.


근데 우리 아기에게는 그걸 잘 못하겠다. 내 아기라 더 사랑해서 그런 건 아니다. 아기가 너무 어려서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아기 울음소리는, 특히나 시동 없이 나오는 '으앙'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 그래서 단호하게 밀고 나가는 게 그렇게 힘든가 보다.


그래도 오늘은 새로 산 옥수수 치발기를 좋아해서 다행이다. 그거라도 빨면서 실리콘 촉감에도 익숙해져 보렴. 수박 치발기를 샀다가 좋아하길래 옥수수 치발기까지 산 건데 잘 샀다.



내일은 주말이니 관련 서적이라도 좀 더 찾아봐야겠다. P엄마는 절대 미리 알아보지 않고 이렇게 궁지에 몰려야만 움직인다. 에효. 오죽 답답하면 근처 소아과에 모유수유상담을 신청해 놓았다.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면 좋겠다.






머리핀도 구매해서 꽂아줬다. 확실히 여자 아기는 이런 재미가 있다. 어떤 머리핀을 해도 이렇게 다 예쁘다니? 머리카락이 더 자라면 더 예쁠 것 같다. 꾸며줄 맛 나겠구만!



우리 아기는 하늘색이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산으로 가는 육아일기는 이만 여기서 끝내자. 내일은 또 내일의 육아를 해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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