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일 차 아기 육아일기
그럼 5개월 동안 한 번도 손톱을 안 깎아준 거야?
응... 그게...
어제는 축복이와 동갑내기인 아기가 다녀갔다. 내 친구는 축복이의 손톱이 너무 길다면서 본인이 잘라두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축복이가 태어난 지 50일 정도 됐을 무렵 남편과 나는 축복이의 손톱을 깎아주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눈이 좋지 않아 가까운 작은 물체를 보는 데 약하다. 시력이 나보다 낫고 나를 똥손이라고 놀리는 남편이 축복이의 손톱을 깎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 손톱. 엄지손가락. 긴장된 마음으로 천천히 깎으니 성공이었다. 남편은 자신감이 생겨 검지손가락에도 도전했다.
으앙!
우리는 축복이 손에서 나오는 검붉은 피를 보았다. 나는 내 몸에서 나는 피를 봐도 놀라는 사람인데 우리 아기가 피가 난다니.
밤 시간이라 병원도 안 열었는덕 내 손가락마디 한 마디 길이도 안 되는 작은 손가락에서는 계속 피가 났다. 축복이는 얼굴이 빨갛다 못해 검어져 생전 처음 보는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당황스러운 마음에 119에까지 전화했다. 평소라도 황당한 전화일 텐데 요즘 같은 의료대란 시기에 누가 주목이나 해주겠는가. 그때라고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될지 지시라도 받고 싶었다. 허나 수화기로 너머로 들려오는 말은 어떤 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소리뿐.
그렇게 당황스럽고 속상한 밤도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우리는 축복이의 손톱을 다시는 건드리지 않았다. 출산 전부터 사놓은 손톱가위가 있었고 안 아프다는 네일트리머까지 다 샀지만 써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온 친구는 우리 축복이의 손톱길이를 정확히 꼬집은 거다. 요즘 축복이 손톱 때문에 내 목과 가슴, 심지어 얼굴에까지 상처가 났다. 며칠 전 동네 이웃집에 놀러 갔을 때도 지적받았던 사항이므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겠다 싶었다.
준비물은 요 아이. 네일트리머다. 사놓고도 드르륵하는 모터 소리가 괜히 무서워 써보지도 않았는데 어제 친구 덕분에 제대로 개시했다.
나도 어디 한번 해볼까. 축복이가 귀찮은 듯 손을 자꾸 뺐다. 그렇다고 아파서 불쾌한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손톱가위 대신 이걸로 손톱을 정리해 주면 될 것 같다.
별 거 아니잖아?
이렇게 나는 오늘도 하나를 배웠다. 오늘 획득한 스킬은 축복이 손톱 다듬기. 엄마가 됐으니 못하던 것도 잘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엄마도 아기도 함께 자라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