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일 차 아기 육아일기
벚꽃이 핀 이후로 우리 아기 축복이와 함께 4번이나 밖에 나갔지만 축복이는 그때마다 잠이 들어 벚꽃 나들이라고 하기엔 뭐 했다.
그리하여 남편 휴무일에 맞춰 계획한 '본격' 벚꽃 나들이. 나들이 장소는 우리의 추억이 있는 양재천으로 정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남편과 내가 자주 가던 SSG 지하 식당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이 얼마나 오랜만인가! 하지만 예전처럼 식사시간이 평온하지는 않았다. 밖에 나오면 늘 차분했던 축복이가 오늘은 웬일인지 보챘다. 교대로 후다닥 먹고 나오는데 그새 축복이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양재천 산책이 시작되었다. 햇볕은 뜨거울 만큼 좋았고 바람은 좀 있었다. 벚꽃 나들이라는 오늘의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벚꽃나무엔 초록 잎이 많이 나 있었다. 그래도 바람에 벚꽃 잎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었는데 그것도 그 모습대로 아름다웠다.
둘이만 함께 걷던 길은 아기와, 어머님과 걷는다. 감회가 새로웠다.
양재천은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그런지 춘식이와 라이언 구조물도 세워져 있었다. 벚꽃이 아니더라도 확실히 차분하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축복이는 오늘도 결국 벚꽃은 못 봤다. 앞으로 벚꽃은 질 날만 남았으니 오늘 못 봤으면 올해는 이만이다. 내년에 축복이가 걸어 다닐 때 다시 손 붙잡고 와야겠다.
하루 종일 유모차에서 잠만 자던 축복이는 오는 길에 차에서 그렇게 울어댔다. 배고팠던 거 같은데 모유 먹는 아기는 이렇게 차에서 울면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
우여곡절은 있긴 했어도, 따뜻한 햇살 아내 아기와 함께한 벚꽃길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행복이 넘쳐흐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