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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아기 하루 목욕 안 하면 어떻게 될까?

202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5월 중순이 채 되지 않았지만 슬슬 더워진다. 산책 나가기를 재촉했던 햇살은 이제 더 이상 반갑지만은 않다. 산책 한 번 하고 오면 땀나는 것을 걱정해야 되는 날씨다.


신생아 시절부터 지금까지 산후관리사님이 계시던 때를 제외하고는 이틀에 한 번꼴로 축복이 머리를 감기고 있다. 매일 머리를 감는 아기에게 꼭 좋지만은 않다고 해 특별히 긴 외출을 하거나 땀이 나지 않은 경우라면 패턴을 지켰다.


그런데 오늘 그 패턴을 깨야 하는 일이 생겼다.




어제는 머리를 감지 않는 날이었다. 머리는 감지 않았지만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몸은 씻겼다. 몸만 따로 비누칠을 하지는 않고 물로만 헹구는 식이었다.


그런데 오늘 비누칠을 하다 보니 축복이의 겨드랑이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놀라 팔을 번쩍 들어보니 겨드랑이가 빨갛게 부풀어 있었다.

이건 팔을 들어올리지 않아 붉은 부분이 커 보이지 않는데 팔을 들어 올려보면 꽤나 큰 면적이 붉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너무 놀랐다. 지금은 한여름인 7, 8월도 아닌데 이렇게 심하게 땀띠가 날 수 있는 것인가?


아무리 아기한테 저 길로 한번 머리를 감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약간 귀찮은 마음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오늘은 머리 안 감는 날이네!
오히려 좋아!


하지만 이제 날이 더워 아기가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매일 머리 감고 몸에 비누칠도 매일 해야 하나 보다. 어제 머리까지 감았더라면 어제 간찰진을 발견할 수도 있었고 이런 붉은 자국이 생기지도 않았을텐데. 축복이에게 미안했다. 더워진 날씨도 새삼 실감됐다.




친정엄마는 축복이의 겨드랑이를 보시고 매우 놀라시며 겨드랑이에 부채질을 해줘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셨다. 나는 아기 나시를 입혀 줄 생각은 했어도 직접 겨드랑이에 바람을 불어 볼 생각은 못했다. 역시 경력에서 나오는 지혜가 있다.


나는 목욕 후에 최대한 시간을 끌며 축복의 팔을 들어 올려 빳빳한 낱말 카드로 부채질을 해주었다.

입으로 호불어 주는 건 충치가 옮을 수 있어서 안 된단다. 축복이는 자꾸 팔을 내리려고 하고 귀찮아했다. 그래서 나는 몇 번 하다가 그만두려고 했다.


그러나 친정엄마는 그만두면 안 된다고 하셨다. 아기에 맞추느라 이대로 두면 증상이 더욱더 심해진다며 열심히 부채질을 하셨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축복이의 양팔을 번갈아가며 장장 30분 정도 부채질 했다.


옆에서 같이 하시던 엄마는 힘들어하는 기색도 없으셨다. 아기가 아프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숨 쉬듯 당연하게 이 과정을 해내고 계셨다.


역시 저 정도는 돼야 엄마라고 할 수 있구나 싶었다.

헌신적이고 멋있는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그러셨듯 축복이에게도 내 것을 아끼지 않고 모든 것을 주고 싶다.



하지만...

부채질하며 나는 생각했다.


왜 우리 집에는
작은 미니 선풍기가 없을까...



찾아보니 '간찰진'이라는 증상인 거 같았다. 시원하게 해주는 것밖에는 답이 없는 거 같았다.


다음날 소아과 진료를 보고는 연고 하나를 처방받아 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큰 병은 아니고 시원하게 해 주면 낫는다고 하셨다.


축복아, 몇 번 더 부채질해야 나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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