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아기, 이제야 혼자 처음 서다.

406일 차 아기 육아 일기

by P맘한입
조리원 동기 아기 S는 11개월부터 걸었다.
지금은 뛰어다닌다.
하지만 채채는 13개월이 되도록 소식이 없다.


아무리 S가 남자아기고, 우리 채채가 여자아기라지만 이 정도 차이가 나니 걱정이다. 영유아검진에서도 채채가 대근육발달이 느린 편이라 추적관찰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특히나 15개월까지 걷지 못하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채채는 13개월 현재, 물건을 잡고 잘 선다. 그리고 의자 같은 물건을 끌고 앞으로 전진한다. 모든 것을 걸음마보조기로 만들어 버린다! 걸음마 보조기는 아기 걸음걸이 습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서 사주진 않았지만, 채채는 알아서 모든 것을 걸음마 보조기화한다.


서랍장을 잡고 옆으로 움직이는 것도 이제는 쉽게 하고, 모서리를 잡고 이쪽 벽에서 저쪽 벽으로 이동하는 것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혼자 서거나 걷지 못한다.


채채가 뒤집기를 또래보다 살짝 늦게 했을 때도, 문화센터의 아기 모두가 앉을 때 우리 채채가 못 앉았을 때도 걱정했지만 결국엔 어느 순간 해냈다. 이런 것에 면역이 생긴 나는 이젠 '언젠간 하겠지' 하며 노심초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걷기 전 단계의 행동은 자연스러운데, 그 이후의 진전이 없으니 시간이 갈수록 스멀스멀 걱정이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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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역사가 일어났다.


내가 먹고 있는 젤리를 자기도 먹겠다고 손을 뻗었다. 내가 절대 주지 않기 위해 채채를 따돌리려 하니, 채채는 젤리에 집중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혼자 서버린 것이다. 두 번이나 혼자 섰다. 나는 "오, 섰다! 섰다!" 하며 호들갑을 잔뜩 떨었다. 그랬더니 채채도 자신이 혼자 서 있는 것을 깨달았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아, 엄마답지 못한 이 호들갑, 주책맞음, 과한 텐션... 내가 엄마가 된 이후에 채채를 잘 키우기 위해 어느 정도 버려야 할 것들이다. 언제까지 감정 풍부한 고등학생 감성으로 살 순 없으니까! 다음에 채채가 혼자 선다면 조용히 속으로 환호해야겠다.




채채가 밤잠에 들기까지 또다시 혼자 서지는 않을지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라도 혼자 섰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대견하다. 그런데 엄마들 말로는 서고 나서 한참 지나야 혼자 걷는다는데 그 모든 게 15개월까지 가능할까? 아직은 갈 길이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벌써 아쉽다. 아직 한 발짝도 못 뗐기에 걸을 때까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한번 걷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는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자고 일어난 채채의 이름을 부르면 환하게 웃으며 헥헥 거리며 빠르게 기어 오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니. 벌써 아련하고 슬프다. 이래서 옛말에 아기 자라는 게 아깝다고 표현했나 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채채의 첫걸음마 시기가
어서 왔으면 기대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늦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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