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죄목을 용서받지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는 누가 만들었는가?
이미 대가를 치른 과거의 죄 때문에 남은 평생을 속박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입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성범죄'가 엮여있으면 특별히 더 불관용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더욱 동의할 수 없다. 정녕 그렇게 끝까지 용서 없는 사회를 원한다면, 차라리 프랑스혁명정부처럼 오직 무죄와 사형으로만 사법체제를 유지하는 게 차라리 더 나을 것이다. 유죄면 어떤 식으로 건 용서할 생각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이렇게 한번 죄지으면 용서 없는 분위기는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아마도 지난 10년간 페미니즘 리부트정국이 여기에 기여한 바가 적다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여성의 아픔, 피해자의 눈물 어쩌고 하면서 세상 어딘가에 피해당한 이의 눈물이 한 방울이라도 남아있는 이상 그 가해자는 절~~ 대 하늘 아래 속 편하게 발 뻗을 수 없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사회적 주류가 됐으니 말이다. 바로 그런 정서 하에서, 이미 사법적 처리가 끝났거나 혹은 사법적으로는 처벌할 여지가 없는 어떤 잘못들도 소위 피해자의 눈물을 명목으로 '사회적 매장'이라는 추가적 응징/징벌 부여가 얼마든지 가능했었고 말이다. 그리고 모두가 잘 알고들 있듯, 민주진보진영은 이러한 분위기에 앞장서왔다.
그리고, 지난 10년 '그 분위기'하에서 쉬운 용서는 없다고 외쳐오던 민주진보진영이 이제 와서 자신들에게 친화적인 인사의 과거 허물들을 이젠 용서해 주자 말하고 있으니 이게 말발이 먹힐 리가 없다. (필자가 오래전부터 말해왔던) 젊은 날의 치기와 탈선을 낭만화하던 민주화세대의 풍조에 입각한 어쭙잖은 실드질들이 여기에 더욱 기름을 부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ㅇㅇ
조진웅을 용서하지 못한다 말하는 대중들의 매정함을 비난하기 앞서 이러한 측면들도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말을 꺼내 보았다.
안희정 박원순에서 장경태를 지나 조진웅까지, 페미니즘 리부트 이래 민주진보진영의 자승자박 행보는 끝이 없다. 그리고 이것이, 뼈를 깎아내는 아픔을 각오하고서라도 반드시 진영 차원에서 지난 10년의 페미니즘 정국을 비판적으로 재고해 보는 과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페미니즘 때문에 종래 민주진보진영의 이념적 방향성에 모순이 생겨버린 대목이 어디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덕의 이름으로 자기 배를 가르는 도덕 자살극은 이제 그만 여기서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