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잖아도 우리의 공동체는 이미 충분히 와해되고 있습니다.
사람에겐 저마다의 힐링이 필요하며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허나 그렇게 힐링 자료들을 찾아보려 인스타를 돌아다니다 보면, 매우 유해한 사상(?)을 퍼뜨리는 일부 게시물들이 '힐링'이라는 탈을 쓰고서 사람들을 교란시키는 현장 역시 목도하게 된다.
특별히 문제를 느끼는 게시물들이..
"XX 한 사람들은 당신을 피곤하게 할 뿐이니 이런 이들은 걸려야 합니다."
"당신을 망치려 접근하는 사이코패스들로부터 당신의 삶을 보호하는 방법."
"E/I S/N T/F J/P 성향 사람은 어쩌고 저쩌고 한 이유로 당신을 괴롭게 만듭니다. 허튼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이런 이들을 멀리하세요."
.. 정말이지 인류에 악감정을 가진 이들이 공동체를 와해시키고 문명을 붕괴시키려 이러나 싶은 '분열물들'이 꼭 니체나 쇼펜하우어 짤을 처 달고서 떡하니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인스타에서 힐링의 탈을 쓰고서 돌아다니는 '분열물들'의 분류방식에 의하면, 삼국지는 온갖 종류의 정신병들이 판치는 난장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관장 삼형제부터가 모두 심각한 정신병적 결함을 가진 이들이었다. 유비는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에다 심지어 스토킹 기질까지 다분한 아주 위험한 인간이었다. 관우는 정신병적인 똥고집 외골수에 장비는 알콜중독 성격파탄자의 기질을 가졌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의기투합해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꿈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순간부터 천하는 거대한 도화지가 되었고 그들은 그 위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게 되었다. 결국 이 삼형제는 역사 속을 살아가는 전설로 남아 18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저마다의 감상들을 뽑아내는 중이다.
역사에 나오는 위대한 군웅들도 그 분열물들의 분류법에 의하면 어딘가 하나씩은 하자가 있었던 이들이었다.(이를테면 조조는 논고의 가치도 없이 140% 사이코패스 맞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그러저러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서로가 서로를 멀리하고서 지금처럼 각자 방구석에만 처박혀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살았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그런 위대한 이야기들은 애초에 시작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야기들은, 바깥세상의 햇살이 그립고 또 궁금했던 어떤 바보들이 애써 집 밖으로 기어 나와 서로에게 소정의 상처를 남길 것을 기꺼이 감내하고서 각자의 불안정함을 품어주고 그렇게 비현실적이고도 어리석은 꿈들을 함께 키워나갔던 그 여정에서 탄생했던 것이다.
안 그래도 젊은 층의 자발적 고립현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시대이다. 비극적이건 희극적이건 다 떠나서 어떤 이야기 자체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금 우리의 가장 큰 결핍이란 말이다. 여기서 힐링물이 맡아야 할 역할은,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면서도 다시 밖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게 아닐까 한다. 이불 밖으로 영원히 나올 수 없도록 침대에 못질하는 게 아니라 말이다.
당신도 그들도 모두 각자의 하자를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그러한 하자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로 함께 해볼 수 있는 법들을 알려주는 힐링물들은 어디 없는가 해서 해 본 말이다.
+"부정적인 사람은 그 특유의 기운으로 당신까지 병들게 만듭니다. 그런 이들을 멀리하세요." 부정적인 기운이 감염되어 당신도 병들 것이다.. 이 자체가 이미 지독하게 '부정적인' 이야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