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는 양들이 무슨 생각을 하건 그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을 ‘뒷다마’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상대가 떳떳하게 자신의 면전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뒤에서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밀담을 나누었다는 사실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뒤에선 그렇게 비난을 했으면서도 정작 면전에선 미소를 띠며 악수를 건네는 모습에 깊은 환멸감을 느꼈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이 부분에 있어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간단하게, 나는 '뒷다마'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적어도 누군가가 자신을 뒷다마 했다는 것은, 당신에게 정면으로 맞설 여력이 되지 못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간단하게, 당신이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였다면 그가 애써 당신의 시선을 피해 숨어서 구시렁거릴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그냥 면전에서 한방 날려버리면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상대가 나를 '뒷다마'를 했다는 것은, 나에게 정면으로 맞설 능력도 용기도 없음을 스스로 고백해버린 셈 아닌가!
만약 누군가가 나의 면전에 대고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경우, 나에겐 이에 상응하는 반응을 내어 주어야만 하는 '의무'가 생기게 된다. 정중한 반박문에서부터 하다못해 주먹질까지. 만약 내가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내어놓지 못했다면 나는 일정 부분 비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건 종종 깨나 성가신 일이 된다.
그러나 누군가가 '뒤에서' 나에 대한 험담을 했는데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 나는 이에 상응하는 반응을 내어줄 의무(?)가 없기 때문에 한결 더 편하다. 반응에 대한 그 어떤 의무도 없이, 누가 나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소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니 일석이조 아닌가?!
사실 나는 살면서 강자의 입장에 서 본 일이 정말 별로 없었다. 때문에 나에게 불만을 가진 이들은 거의 언제나 참지 않고 다이렉트로 내게 문제를 제기해 왔다.(정중한 이의제기에서부터 원초적인 폭력까지) 이러한 상황들이 그동안 내 삶에 어떤 불편함으로 다가왔을는지는 애써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때문에 누군가 나에게 직접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쳤다고 한다면, 사실 그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히 고마운 일이 될 수 있었다.(나는 '그것'에 대해 애써 어떠한 반응을 내어줄 필요가 없으니까.)
…
솔직히 말해서 나는 뒷다마를 많이 하고 살았다. 나는 약했으니까. 삶 속의 너무나 많은 순간에 있어 나는 상대방에게 내가 느끼는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할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내게 허락된 유일한 화풀이 방법은 뒷다마뿐이었다.
뒤에서 실컷 혼자 투덜투덜 떠들다가도 막상 그 사람이 먼발치서 보이기라도 한다면 바로 표정 정리하고 몸가짐 바로 하고 비굴한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네어야만 했다. 그게 내가 살아온 과정이다. 그래서 난 '뒷다마'라는 것이 얼마나 무력하고 비참한 행위인지를 잘 안다. 오, 너무나 잘 알고 있지.
나도 면전에서 당당하게 상대를 공격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었지.
때문에 나는 '뒤에서' 떠드는 종류의 사람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그 문제 상황이, 그 문제적 공기가 내 얼굴까지 다가와 무언가 리액션을 취하지 않고선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되는 '성가신' 상황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