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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27. 2020

전염병의 어제와 오늘

좁아진 세상의 해악

필경 전염병은 아주 오랫 옛날부터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교통기술의 한계로, 아주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한 사람이 평생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고 살다 죽는 게 너무나 당연했던 시절엔 전염병 역시 기껏해야 마을 하나 정도를 붕괴시키고 끝났을 테니까


전염병이 창궐하면 분명 정부에서 군대를 보내 마을을 봉쇄했을 것이고 

그 안의 사람들이 다 죽을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전근대 시절 전염병이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은 사실 군주의 대규모 원정 때였다.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기껏해야 백 명 남짓한 사람만을 만날 수 있었던 시절 

사방 각지의 수만~수십만의 사람이 한 곳에 모일 수 있었던, 어찌 보면 유일한 기회가 대규모 원정이었으니까. 


때문에 전근대 사회 대규모 원정(최소 만 단위) 기록을 보면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고립돼 떨어져 지내던 각 지역의 병사들이 자기 지역의 풍토병을 그 병에 대한 그 어떤 저항도 보유하지 못했을 타지 출신의 전우들에게 확 뿌려버리는 것이다. 


많은 원정들이 전염병 창궐로 인해 중도 포기되어야 했기 때문에, 사실 이 다분히 필연적인 전염병 창궐을 잘 통제하면서 원정지에서 전투다운 전투를 수행할 수만 있었으면 상당히 유능한 장군이라 할 수 있었으리라. 


...


당연히 오늘날은 사정이 다르다. 간단하게, 전염병 입장에서 세상이 너무 좋아졌다. 굳이 성가신 대규모 원정 그런 게 아니라 하더라도 고도로 발달된 도시의 인구밀도는 언제나 전근대 시절 대규모 원정군 수준의 인구밀도를 보장하며, 고도로 발달된 교통기술로 인해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도 반나절이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역설적으로 군대가 차라리 안전한 영역이 된다. 명령에 의한 엄격한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들의 움직임을 손쉽게 제약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의 아이러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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