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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14. 2021

안티 페미판에서 본 어떤 씁쓸한 이야기

타인을 성적 대상화 하고프지만 내가 당하는 건 부당하다? 

만화다.

어떤 찐따녀가 있었다. 찐따녀는 그 학교에서 가장 킹왕짱 한 일진남이랑 인기 많은 남자 교생 선생님을 엮은 BL소설을 노트에 몰래 적어 두었다.

일진들은 단순한 유흥으로 찐따녀의 책상을 멋데로 뒤져보았고 결국 찐따녀의 들켜선 안 되는 그 '은밀한 망상'이 발각되고 만다. 


... 찐따녀는 완벽한 교내 왕따가 되어 온갖 수난을 당하게 된다.(작가의 말. 일진들의 사주가 있었을 것이라고..)
결국 견디다 못한 찐따녀는 자신의 노트를 멋대로 돌려 본 일진남을 학폭 가해 및 성추행("내 은밀한 노트 맘대로 펼쳐 봄")으로 경찰에 고발했고 학교는 발칵 뒤집힌다.


교사들의 필사적인 발악(?)으로 일진남은 반성문&봉사활동 선에서 쇼부를 보게 된다.(일진남은 계속 ㅅㅍㅅㅍ거리다 간신히 수락..)
일진 불쌍하다~ 여자 나쁘다~ 내용은 여기까지.


...


여기서 나는 안페들의 견해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데,

위 이야기에서 '찐따녀'가 BL 물을 개인의 영역으로만 간직하려 했는지 알페스처럼 개방공간에서 공개하려 했는지 여부는 나오지 않는다. 맥락 전개상 전자였을 것으로 보인다. 


일전 알페스 글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인데, 개인의 은밀한 성적 판타지를 죄악시 하여 규제의 칼을 뻗으려 드는 행태는 여태껏 페미들에게서 주로 나타났던 모습이었다. 남자들이 알페스를 걸고넘어진 건 이러한 행태에 대해 "너도 한번 당해봐라~"라는 식의 피장파장의 측면이 강했고.(물론 알페스는 '실제 피해자'를 대동하긴 한다.)


사실 모든 성적 판타지는 어느 정도 실제의 대상을 가정하기 마련이다. 

툭 까놓고, 가슴에 손을 얹고서 
남자로서 '은밀한 자기만의 시간'동안 한 번도 실제 하지 않는, 명백하게 가상의 존재만을 상상하고 즐겼던 이들이 몇이나 될까? 우리에겐 우리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언제나 '허락을 구하지 않은', 성적 대상화된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물론 나 역시 그러했고 이러한 굴레는 '찐따'의 영역에 가까운 이 일수록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잘 나가는 왕자, 공주님들은 원하는 성적 대상화를 애써 '혼자만의 상상의 영역'으로 감추어 두어야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적다.)


물론 자기만의 망상에 빠져들어 이 허락받을 수 없는 감정을 그 당자사에게 직접 들이댄다면 그건 범죄의 영역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애써 타인에게 공개할 생각이 없는, 자기만의 판타지 영역까지 검열받아야 한다면? 이게 페미들이 욕먹는 이유 아니었나? 


종종 웃기는 게, 페미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타인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개인의 성적 판타지 영역을 보호받고자 하는('와~~ X발련 X통 보소~' '와!~ 미친, 저뇬 졸X 따먹고 싶네ㅋㅋㅋㅋ') 무수히 많은 남성들이 정작 남성 자신이 성적 대상화될 수 있는 영역(ex :BL)에 대해선 극한 거부감을 보인다는 거


그래서 나는 일전에 리얼돌 이슈 때 페미들이 "너를 대상화 한 리얼돌이 소비된다면 어쩔 거냐?"라 물었을 때 역시 "별로 신경 안 쓴다!"며 당당하게 들이댔던 거고ㅇㅇ



...

찐따녀의 '개인의 영역'에 마음대로 침투 해 까발려버린 건 일진들이었다. 만약 이런 식으로 타인의 은밀한 영역까지 침투해 들어가 혹시 있을지 모르는, '허락받지 못한 타자에 대한 성적 대상화 여부'를 검열하는 게 정당하다면, 우리가 페미를 욕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더 나아가, 나 자신이 나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은 타자의 뇌내 망상 속에서 성적 대상화되는 상황이 그렇게 수치스럽고 두렵다면, 우리 모두 두 팔을 걷어붙이고 페미니스트들의 '성욕 검열 정책들'을 환영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허락을 구하지 않은) 타자를 성적 대상화하고 이를 통해 마음껏 '자기 위로'를 하고자 한다면,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나 자신 역시 타자에게 대상화될 수 있음을 각오해야만 하며, 그러한 타인의 은밀한 영역 역시 보호받아야 함을 인정하고 들어가야만 하는 것 아니던가?! 


+누군가가 당신의 하드를 뒤져 당신의 야동 취향을 까발리고 이를 심판하는 게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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