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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Sep 23. 2022

러시아는 친구가 될 수 없었을까?

러시아의 빌런화는 막을 수 없는 일이었을까?


불행히도, 예언은 달성될 거 같다. 딱 지금 시대 즈음해서 핵전쟁이 한번 터지고 그렇게 인류 대부분이 사망하게 된다는 그 종말 예언들 말이다.


유럽 지도를 펼쳐놓고 생각에 잠겼다. 한쪽에 서방이, 다른 한쪽에 러시아가 있다. 중간에 동유럽이 있다. 


'어쩌다 세상이 이 꼴이 났을까..'





누가 보아도, 작금 러시아의 모습은 광인의 그것이다. 지금 러시아는 소련 시절 자신들 몫이었던, 그러나 지금은 서방이 승전 대가(?)로 가져가 버린 그 모든 '과일들'에 손을 올리고서 협박 중이다.


"(사과에 손을 올리고서) XX련아 내놔! 이 사과 원래 내 거였어!"

"(복숭아에 손을 올리고서) ㅆㅂ 이제 이것도 내놔! 뭐? 싫어? 싫다고? ㅆㅂ거 핵 수류탄 까서 다 같이 죽어볼까?"

"(수박에 손을 올리고서) 국제법? 외교적 절차? XX련들아 나는 이제 그! 딴! 거! 몰라! 그딴 느그들(서방세계)만 유리한 룰 따위 개나 주라 그러고 아무튼 내 거 다 내놔 이 XX련들아!"   

"서방세계 Ssib Se들 게임 조까치 하네! 더는 못 참아! ㅆㅂ 이젠 다 같이 죽는 거야!" 


참 기시감이 든다. 80년 전에 '누구'도 딱 이랬었는데..


"주데텐란트 내놔! 단치히도 내놔!"





나치가 나쁘다고 말 하기는 참 쉽다. 나치는 빌런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빌런이 어떻게 탄생되었고,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논하기는 상대적으로 껄끄럽다. 이를테면, 패배자의 입장을 일절 배려치 않았던 가혹한 베르사유 체제가 독일인들에게 어떤 분노를 심어주었는지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나치는 미친 빌런이었는데, 그 미친 빌런은 (불행히도) 대다수 독일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었다. 


미쿸은 이 '미친 빌런'을 '다시' 끝장내는 과정에서 천대가 넘는 폭격기를 동원하여 독일의 모든 영토들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전쟁이 끝난 이후엔 소위 마샬플랜이라는 미명 하에 전후 독일의 복구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기도 했다. 새롭게 시작된 공산진영과의 싸움에서 방패막이로 사용하려는 심산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이는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전후 독일은 냉전이 끝나고 나서도 지금까지 무려 80년 동안 별 다른 사고를 치지 않고 충실한 '미쿸 편'으로 남아 있으니까 말이다.


소련의 '자발적' 붕괴 이후 얼떨결에 승리자가 된 서방이 '패배자 러시아'를 다뤘던 방식은 분명 마샬플랜보단 베르사유 체제에 더 가까웠다고 본다. 이젠 진짜 더 이상의 적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걸까. 서방은 엉망진창이 된 러시아에 유독 가혹하게 굴었다. 


쏘오련 붕괴와 멍청이 옐친의 시대는 가히 베르사유 체제에 비할 만 한데, 이때 서방의 행보를 보면 철~저하게 러시아를 고사시키려 했음이 잘 나타난다.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지정학적 측면에서 모두 그러한데, 서방의 자본은 이미 망해서 빈털터리 거지가 된 러시아인들을 한 꺼풀 더 벗겨먹지 못해 안달이었다. 




러시아인들이 처음부터 그런 미친 빌런은 아니었을 것이다. 쏘오련 붕괴 이후엔 자신들의 구 체제에 대한 반감으로 새롭게 지배자(?)가 된 서방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 했던 이들도 많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푸틴의 미친 빌런 행보'를 바라보며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동원령으로 뚝배기가 좀 깨져보고 나면 좀 달라질 거라고는 하는데, 어찌 되었건 이전까지는 침략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고 동원령이 선포된 지금조차도 과반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침략에 찬성을 던지고 있다. 


서방 발 언론들은 언제나 반대 시위에 나서는 이들을 부각하지만, 러시아 내에서 그들은 여전히 '소수자'에 불구하다.



물론 자유로운 의사표출이 힘든 권위주의 체제의 특성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이 미친 행보'에 자발적인 열광을 보내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아무리 140%의 미친 독재자라도 그런 우호적인 여론이 없이 오직 권위주의적인 폭압만으로 '이런 미친 행보'를 지속할 수는 없다.


대체 누가 1억이 넘는 사람들을 이런 빌런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싸움에선 승리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해야겠지만, 싸움이 끝나고 나면 패배하고 주저앉은 이를 다시 친구로 품어주어야 할 필요도 있다. 승리자 본인의 후한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서방은 이 부분에 있어서 적어도 두 번은 크게 실패한 듯 보이는데 100년 전 베르사유 체제 때가 그러했고, 쏘오련 붕괴 이후 세계질서에서 또 한 번 그러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우크라이나의 순진한 농부들을 넘어 전 세계인들이 자신들의 삶 속에서 짊어지게 되었다. 


여하간 우리는 지금 핵폭풍을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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