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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Sep 24. 2022

돈 잘 벌면 좋은 체제인 거고 아니면 열등한 체제?

물론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필자는 직접 찾아와 고기라도 구워주면서 따지는 사람 아니고서야, 여기저기 달리는 각종 반박들에 대해선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좀 해명을 하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당신이 말하는 '우월한 체제'란 뭡니까? 그냥 돈 잘 벌으면 우월한 체제라 목숨 걸고 따라야 하고 돈 못 벌고 가난한 체제면 그냥 망해도 싸다는 겁니까?"


큰 틀에서, 더 우월한 체제가 살아남고 더 열등한 체제(앙시앙 레짐)가 도태돼 소멸해 가야 마땅하다는 전제 자체는 옳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우월한 체제라는 게, 그냥 돈이나 잘 버는 그런 졸부 체제를 말하는 건 아니다. 편의상 그렇게 들렸을 런진 모르겠으나, 다시 말 하지만 필자는 딱히 유물론자가 아니다. 정신문화관념을 더 중시하는 편이다.




일전 자유주의 전체주의 운운하면서, 정신문화관념상 절대적인 정답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어떤 정답 비스므리한 걸 설정해두고 이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게 모든 인류사회의 모순적이고도 필연적인 숙명이라는 부분을 언급했던 바 있다. 


그나마 정답 비스므리한 무언가를 설정해야만 한다면, 무엇이 그 대상이 될 것인가? 응, 예수 부처. 인간의 모든 걸 다 이해해낸 존재. 인간에 대한 인식 확장의 궁극적 지점. 모든 인간이 다 '이해되었'기 때문에, 그 어떤 인간도 미워할 필요가 없는, 궁극의 포용 지점.


다시 말 하지만 예수 부처란, 인간을 향한 인식의 확장이 가장 궁극으로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인간을 '옳고 그름의 성벽'으로 나눌 필요가 없다. 모든 인간의 존재가 이해 가능의 '손바닥 안'에 있기 때문에, 모든 인간이 다 포용되고 사랑 '된' 다. 가장 혐오스러운 흉악범조차도 처벌될지언정 미움받지는 않는다. 



현실의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헐뜯을 수밖에 없는 건, 좀 독하게 말해서 우리가 (예수 부처에 비해) 무식하고 멍청하고 덜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불안정하고 미완의 존재라서 그렇다고ㅇㅇ 예수 부처처럼 인간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 궁극으로 이루어져 세상 모든 존재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 나를 해치는 자 조차도 사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나이다."-예수/ 석가모니는 잘못 만들어진 독죽을 먹고 죽음을 인지했으면서도, 그 독죽을 만들어 공양한 이를 전혀 원망하지 않았다.)


여하간, 모든 인간은 예수 부처라는 궁극의 완성 지점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퇴행'을 긍정하는 자들도 있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이로 인한 증오, 피와 죽음, 이런 요소들은 인간의 본성이라 극복 불가능함을 너머 더 효율적인 사회를 위해 의도적으로 조종되고 부추겨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 말이다. 마키아벨리나 한비자, 조조나 사마의 이런 거 좋아하는 이들.


정부가 나서서 세상을 옳고 그름으로 나누고, 누군가에 대한 오해를 부추기고, 적을 설정하고, 누명 씌우고, 이들을 저주하고 증오하게 만들고, 주기적으로 어떤 불쌍한 사람들을 화형장에 매달아 불태워 고통스럽게 죽이면서 그런 광기와 희열의 에너지로 세상을 통치해 나아가야만 하며, 인간 사회는 그렇게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들 말이다.





페친 C(J라고 적었는데 본인이 J가 아니라 C라니까 앞으로는 C라고 칭하자..)는 권위주의자지만 '인간을 배제하고 미워하기 위한'이 아닌, '인간을 포용하기 위한' 권위주의를 추구하려 한다고 했다. 참 좋은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당신의 노선을 응원한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C는 알아야 한다. 아니,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 소위 '권위주의'라는 워딩이, 그 개념이 정치 시장에서 보통 어떤 의미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말이다. 


지하철 1호선의 할배들은 오늘날 세상에서 '권위주의'라는 개념이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소비되는지 그 원형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마! 민주니 인권이니 머니 이딴 뿔개이 놀이 때문에 지금 세상이 을매나 마이 맹가졌노!"

"뿔괘이들이니 머 동성애 변태들이니 이런 인마들까지 설치고 댕기는기 이기이기 말이 되노 이기!"

"금마들 싹 다 삼. 청. 교. 육. 대에 잡아 처넣고! 다 때리 지기 뿌야 된다 아이가! 구욱가가 궁민들한테 느무 오냐오냐해주믄 안 된다 아이가!"

"마! 전두화이 박정이 때는 안이랬다 안카나!"



조금 더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들이야 뭐 좀 더 매끄럽고 그럴싸 한 워딩으로 자신들의 바람을 표출할 수 있을지 몰겠지만, '권위주의'를 그리워하는 정서의 근원은 대게 '저거'라는 걸 당신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왜 박정희 전두환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막심 선생님의 물리치료! 주먹 팍팍! 이런 화끈한 남성성 말입니다! 그런 희열! 쾌감! 우리가 러시아 좋아하는 건 사실 그런 거거든요."


자, C는 '인간이 더 많이 포용되는 세상'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저런 마인드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밝힐 수 있는가? 


C가 스스로 자신의 권위주의를 무엇으로 정의 내리건, 소위 오늘날 권위주의를 추구한다고 하는 사람들, 나라들이 대게 어느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는 잘 알 것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중국? 그래, 당신의 견해를 십분 반영하여 중국이 예수 부처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치자. 다른 '권위주의'들은? 지금 가장 이슈가 되는 러시아는? 




뭐 반복하는 말이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더 우월한 체제'라 함은 그저 돈이나 잘 벌어먹는 체제를 말 함이 아니다. 정신문화관념적으로 더 넓은 사랑과 포용을 향해가려는 체제, 최소한 그러려는 의지라도 있는 체제를 말 한다. 소위 '반서방 권위주의 진영'이라는 것들은 '그쪽'을 추구하려는 최소한의 의지조차도 없기 때문에 경멸하는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필자는 비록 가난하지만 부탄이나 네팔 같은 나라들은 좋게 보는 편이다. (물론 그 나라들의 썩어 문드러진 내부 사정을 알게 되면 또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다.)


+'완성된 자' 예수 부처의 관점으로 보면 증오는 몰이해, 열등함, 부족함의 표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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