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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Oct 06. 2022

푸틴 러시아를 지지하지만 나치 파쇼는 아니다?

선 긋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손쉬운 기술이 아니다.


4 사분면 권위 전통 우파 칭구들에게 "느그가 홍차맨이랑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지 생각은 해 봤냐?"라고 제법 시니컬하게 글을 썼는데.. 사실 이 딜레마는 홍차맨 '까지' 넘어간 우익우파 칭구들에게 역시 적용된다. 이를테면, 홍차맨은 이번 전쟁의 명분을 "나치와 맞서 싸우기 위해"라고 선포했는데 이는 아무리 즈들이 전통-권위주의라도 나치와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은 내면의 표출이라고 본다.


"푸틴 러시아까진 어케어케 수용해도 인간적으로 차마 나치-파쇼까지는 인정 못 하겠다."


그래? 그렇다면 푸틴을 거부하는 전통-권위 우파 칭구들에게 요구되는 질문이 느그들에게 다시 요구될 것이다. 푸틴까진 수용해도 나치/ 파쇼까지는 아니라면, 그 중간 지점 어딘가에 선을 긋고 빠지고 싶다면, 당신이 수용하는 푸틴 러시아와 당신이 거부하는 나치/파쇼는 어떻게 다른지를 명쾌히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만일 그럴 수 없다면? 그냥 당신도 푸틴도 러샤도 그냥 싹 다 나치 파쇼의 또 다른 일면이 되는 거지 뭐ㅉㅉ


나치를 없앤다고 떠들고 있지만 소련 해체 혼란기 이후 러시아에 네오나치가 얼마나 기승을 부렸었지? 그거 지금은 다 없는 일이라 발뺌하겠다면 아조프 연대도 '지금은' 나치와 무관한 집단이라 실드칠 수도 있겠지! 더 나아가, 디시에서 푸틴의 행보를 가장 환영하는 갤이 어디지? 우러갤이랑 나! 치! 갤 아냐? 나치 때려잡으러 진격했다는 군대를 가장 지지하는 갤러리가 나치갤이라고 엌ㅋㅋㅋㅋㅋ


사실 이런 지지자 성향 분포를 고려했을 때, 난 푸틴이 이번 전쟁의 명분을 '나치 격멸'로 잡은 자체도 상당히 잘못된 전략이라고 본다. 푸틴 지지자들이 보통 어떤 이들인지를 고려해 보면, '나치 격멸'이라는 슬로건이 그 지지층에서 얼마나 혼란스럽게 와 닫겠냐고. 차라리 "전 세계에 나치 파쇼적 질서를 재건하기 위해 페미 피씨에 물든 서방세계를 징벌하겠다!"라고 주장하는 게 훨씬 더 나았을 거라 진지하게 믿는 편이다. 



여튼 결론은

당신이 A와 다르다고 선을 긋고 싶지만

남들 보기엔 그놈이 그놈이고

당신 스스로도 A와 어떻게 다른지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냥 A인 거다.


.. 그게 정치판이다.


+참고로 중국 체제에 관심이 많다는 권위주의자 페친 C는 당연히 자신의 이상과 나치 파쇼 간의 차이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 는 걸 넘어서 애초에 러시아 푸틴을 지지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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