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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Sep 14. 2023

단 하루도 조용히 못 넘어가는 우익우파

문화대혁명의 우파버전


이제 또 민주진보를 패서 균형을 좀 맞추어 줄까 했는데, 이놈의 우익우파 멍꿀이들은 하루를 그냥 안 보내준다. 어쩔 수 없이 우익우파를 때릴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홍범도 논란 때 "지금 체제에 걸맞은 사람이 아니라서 거부해야 한다면, 광화문 세종대왕이랑 이순신도 버려야 하느냐?"라는 문제제기가 나왔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젠 세종대왕과 이순신까지 치워버리잔다.


하긴, 그래야 느그 논리의 정합성이 맞을 테니까ㅇㅇ

그런데 있잖아..




일전에 말했던 영국의 알프레드 대왕.

그의 후손들이 최종적으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물리적 유산이 계승되지 않음은 물론이려니와 본인 스스로가 전근대의 봉건군주였기 때문에 근대적 자유와 평등의 가치도 알지 못했다.


프랑스는 어떨까?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중앙광장에는 광화문 이순신상에 비견될 만한 동상이 하나 있는데, 고대 갈리아의 왕 베르긴게토릭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결국 로마의 시저에게 패배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그의 물적유산은 파멸했으며, 프랑스는 로마에 복속되어 '로마문명에 기반한' 새로운 문명사를 써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그 '패배자'이자 '전근대 인물'인 베르긴게토릭스를 아직도 기념하고 있다.


사실 영국, 프랑스는 모두 근대 자유와 평등의 선구자격 나라들 아닌가? 근데 그 영국인들과 프랑스인들은 왜 근대적 자유와 평등의 가치도 알지 못하는, 심지어 패망해서 그 물적 계보마저 파멸해 오래전에 소실되어 버린 그런 인물들을 아직까지도 기념하고 있는 것일까? 대체 왜? 우리 우익우파 멍꿀이들보다 바보라서?



... 알프레드 대왕이나 베르긴게토릭스는 '저항자'들이었다. 폭력과 강압으로 복종을 강요하러 온 더 우세한 이방인들을 맞아 마지막까지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이들이었다. "복종을 폭력과 강압으로 강제하려 해선 안된다."라는, 어쩌면 근대로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정신을 불굴의 신념으로 보여준 인물들인 것이다.


폭력으로 복종을 강제하려 했던 우월한 타자들을 상대로 목숨을 걸고 맞섰던 그 위대한 신념을 추모하는 것이지 무슨 그들이 가지고 있던 전근대적인 인간관을 기념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선구자' 영국과 프랑스가 '아직도' 전근대의 인물들을 기념하고 있는 이유이다.


우리가 이순신을 기념했던 이유가 무슨 민주주의의 정신을 무시하고 왕조시대의 논리를 예찬해서 였던가? 이순신은 300:13의 불리한 상황에서도 침략자들을 향해 돌진하기를 꺼리지 않았던 인물이었다.(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13도 아니었고 300:1..) 그리고 그 상황에서 승리를 쟁취해 왔다! 우리는 그러한 의기와 신들린 군재를 기념해 왔던 것이다. 무슨 전근대 봉건 왕조 논리를 예찬하는 게 아니고 말이다.


그럼 세종대왕은? 한국인과 찌아찌아족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한글'을 만들어냈으니까요ㅇㅇ




지금 시대의 체제와 가치기준에 맞지 않는다 해서 거부해야 마땅하다면, 우리는 노예제를 지지했던 아리스토텔레스를 거부해야만 하는가? 화학 분야에서의 그 눈부신 업적에도 불구하고 민중들 세금 갈취 하다가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던 라부아지에를 교과서에서 지워야만 하는가?


사실 역사의 인물들을 '그런 식으로' 꽤 까다롭게 선별해서 기념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다. 우리 우익우파 꼬꼬마들에게 아주 걸맞은 칭구들이니 함 소개해 보자.


일단 '공산주의자들'이 그러하다. 공산주의자들의 맹목성과 종교성은 전부터 누차 언급해 왔는데, 이들은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에 입각해 인류 수천 년 문명사 전체를 오직 '공산주의라는 헤겔적 완성'을 위한 준비단계로밖에 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모든 역사적 인물들을 오직 '공산주의 체제의 입장에서 바람직했는지의 여부'로만 판단하며, 당연히 우리가 여태껏 기념해 온 거의 모든 역사 인물들을 거부한다. 더어러운 봉건 지주계급의 앞잡이! 역겨운 부르쥬아 자본체제의 앞잡이들!



너무나 당연하게도 '봉건왕조의 인물'인 이순신과 세종대왕도 개무시하는데, 이를테면 영화 '천군'에 보면 부카니스탄 장교가 한국 장교에게 "이순신은 남조선 정부가 침소봉대로 띄워서 만든 억지영웅 아니냐?"며 따지듯 묻는 장면이 나온다.


안 그래도 부카니스탄은 이순신과 세종대왕이라는 전근대 인물들이 남조선에서 기념받는 현실을 항상 못 마땅히 여겨 왔기에, 뉴라이트들이 홍범도에 이어 이순신과 세종대왕까지 치워준다면 정말 뛸 듯이 기뻐하지 않을까? 오오 진정 하나의 민족!


또 하나의 사례로 이슬람 원리주의도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 역시 수천 년 인류 문명사 전체를 오직 '알라의 뜻에 당도하기 위한' 과정 즈음으로만 치부한다. 당연히 '이슬람 기준'에 의거한 별도의 역사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슬람이 아니었던 이들(당연히 사도 무함마드 이전의 모든 인물들 포함..)에 대한 평가는 박할 수밖에 없다. 하람이라는 거지.

세상은 오직 '이슬람이라는 하나의 절대 기준'으로만 측정되어야 하니까ㅇㅇ


그리고 페미들이 안중근이나 전태일을 욕보였던 것도 다 같은 맥락이었다.


여하간 가장 극단적이고 원리주의적인, 고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별로 부합하지 않는 부류의 이들만이 '현재 체제와 가치질서에 입각해서' 과거 역사의 인물들을 박대한다.





"묵가에게 실망한 이들이 양주에게로 간다."


지금 기준으로 하면 묵가는 가장 극단적인 전체(사회)주의 그룹이고 양주는 가장 극단적인 자유지상주의라 할 수 있다. 한 번 극단주의에 경도된 사람은 전향을 해도 '극단주의'라는 본질을 영영 벗어날 수 없다는 씁쓸한 진리(?)를 담은 말인 것이다.


뉴라이트는 대부분 공산주의 출신 전향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들은 "전향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모든 역사적 과정을, 어떤 특정 헤겔적 완성을 위한 준비단계 즈음으로 치부하는 그 변증법 근성도 전혀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을 가장 완고한 태도로 준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즈들이 그토록 비판하던 마오쩌둥 문화대혁명을 이 땅에서 다시 반복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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