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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Nov 18. 2023

신종 정신병..?

어디 많이 아프세요??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친우를 만나러 가기 위해 탑승한 전철엔 사람이 그냥 적당히 있었다. 

휴대폰 영상 속 냥냥이를 보며 나아가던 중,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저 사람이 우리 은정이 죽였어!"


소리를 내 지른 그 여인은 필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눈매와 얼굴형이 매끄럽고 예뻤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몸도 갸름하고 달리 흠잡을 구석은 없어 보였다. 


그 여인은 '범인'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범인'은 내 옆에 앉은 사람이었다. 검은색 상의를 입은 덩치가 큰 아조씨. 하지만 그 아조씨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좀 전까지의 나처럼 계속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은 한 번 더 소리쳤다. 


"저 사람이에요! 엘리베이터에서 날 죽이려 했어!"


여전히 아조씨는 반응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아니, 반응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다.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자신이 엮이지 않은 채로 이 애매한 상황을 지나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좀 아픈 여자인가?'


결국 여인이 일어섰다. 그러곤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한 그 아조씨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내 바로 옆..;;) 그 앞에서 천장 손잡이를 잡고 꼿꼿이 섰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


.


.


.


.


.


.


.


.


"저기.. 그쪽 분이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혹시 여자친구 없으시다면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드디어 '아조씨'가 입을 열었다.


"아 됐어요."


그러자 여인은 총총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뒷 칸 열차로 이동.


한 때 약자혐오의 앞잡이라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던 상대방을 향해 지금은 구애하며 매달리는 여의도의 어떤 젊은 처자들에 대한 뉴스를 읽다가 문뜩 떠 오르는 기억이 있어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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