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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y 09. 2024

조국이라는 사람

'그때 그 시절' 그렇게 미웠던 이유

이번 총선, 조국신당의 선전으로 조국이라는 이름의 주가가 다시금 오르는 중인데

이제 와서 고백을 좀 하자면 필자도 조국당이나 찍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긴 했었다. 권윤지 님과의 관계가 있으니 소나무당을 찍긴 했는데, 윤지 님 없었으면 아마 그냥 조국당을 찍겠지 않았을까 한다.(아니면 준스톤당?)


오랫동안 필자를 봐 왔던 이라면 조금 의아할 수도 있겠다. 과거 조국 법무부장관 이슈 때 꽤 신랄한 비판을 가했었으니까. 그래서 그때 이야기를 다시 해 볼까 한다. 차피 그때 했었던 이야기의 재탕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때도 언급했고 지금도 생각하는 건, 조국이라는 사람이 무슨 3족 몰살 멸문지화를 시켜야 마땅한 대역죄를 지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홍준표도 말 한 바 있듯 솔직히 지은 죄에 비해 그 일가가 가혹한 처분을 받았다는 느낌은 분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고까웠던 건 조국이라는 사람 자체보다는 그 지지층, 그 진영의 대응 태도였다. 


'법무부장관 조국' 이슈가 불거져 나왔던 그 당시는 사실 문재인정권의 힘이 최고 피크를 찍었던 때였다. 헌정사상 최초 탄핵의 여파로 80%의 폭풍 지지율을 구가하던 그런 상황이었단 말이지. 그래서 그런지, 그 지지 기반으로부터 오만함이 뚝뚝 묻어져 나왔거든. 그게 어떤 느낌이었냐면..

조국의 죄가 크건 작건 일단 그것에 대한 비토 여론이 형성이 된 건 명백한데도 그냥 배 째라 느낌이었어. 국민 니들이 어쩔 건데? 그래서 '자유한국당' 찍을 거야? 엌ㅋㅋㅋ 이런 느낌이 필자와 같은 무슨 방구석 정치덕후들한테서나 나오는 아니라, 언론지면에 논평 내는 제법 엘리트 한 박사님들한테서까지 나왔으니 말 다했지ㅇㅇ 


아무리 행실에 비해 여론이 과하게 불거진 측면이 있다 한들, 민주주의 국가라면 일단은 "그런 입장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숙이는 모습이 나왔어야죠. 진짜 막말로 1+1=3이라고 우겨도 그게 다수 여론이라면 일단은 숙이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민주주의야. 그게 느그 민주진보세력이 머리에 띠 두르고 항쟁하며 스스로 내 걸어왔던 명분이기도 하다고! 그걸 내려놓는 순간 "국민 다수의 비토여론이 있다 한들 쨋든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옳으니 그냥 땅끄로 밀어불고 나가겠습니다."라던 군부 엘리트 독재시절을 어떻게 비판하지?


무언가 비토하는 여론을 경청하는 듯하면서도 "그럼에도 우리 조 장관님은 이러이러한 면에서 장점도 많으십니다." "충분히 유능한 분이시고 어케어케 나라를 더욱 좋은 곳으로 이끌어갈 충분한 역량을 보이실 겁니다." 이렇게 포지티브 한 선전으로 민중을 설득해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였어야지. 결과는? 잔당 어쩔 배째 원툴.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데로.. 

(무엇보다도, 당시 과열되었던 젠더갈등 국면에서 조국이라는 사람이 반페미 남성 입장에도 납득 갈 만한 포지셔닝을 할 수 있음에 대해 민주진보진영 차원에서 전혀 어필하려 하지 않았고, 심지어 숨기려는 듯 한 모습까지 보이면서 결정적으로 필자의 심기가 틀어졌다.)


마치 세월호가 콘크리트 짱짱 박근혜정권의 첫 번째 가시적인 균열로 작용했듯

이 조국 파행은 80% 짱짱 문재인 정권의 첫 번째 가시적인 균열로 작동하게 되었더랬지.


뭐 지금은 또 그 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고 전술했듯 그 일가가 치러야 했던 대가 역시 작지 않았으니 그때의 불편했던 심기를 계속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다. 그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고자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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