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많이 달려야 해. 아마도 여정 중 오늘이 제일 긴 날일 거야. “
여행 루트를 짤 때, 열 살 여덟 살 (해외 나이 기준) 아이 두 명과 아직 한 돌이 안 된 아기강아지의 체력을 고려해 주행거리 최대 3시간 정도로 여정을 짰다. 하지만 오늘의 구간에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딱히 짜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프랑스 남부의 도시 뚤르즈(Toulouse)이다.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게 된다는 것이 약간 긴장된다. 한 번에 달리면 고작 네다섯 시간이면 갈 수 있는 프랑스인데도, 코로나 때문에 다시 와보는데 일 년 반이나 걸렸다.
차로 하는 여행을 잘 견뎌줄까 걱정했던 코코는 생각보다 아주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고 있다.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아이들 카시트 사이에 도그 캐리어를 설치해주었지만 그건 거들떠보지도 않고 당당히 운전석과 조수석 자리에 앉아 드라이빙을 즐긴다. 코코가 조금 더 큰 사이즈였다면 눕지도 앉지도 못했을 거지만, 우리 강아지 사이즈엔 한 뼘만 한 공간도 충분하다.
차를 달릴수록 서서히 풍경이 변한다. 나무가 빽빽해지고 때때론 강물이 보인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옥빛 물빛이 너무 아름다운데 사진에 담지 못해 안타까웠다. 하지만 중간에 차를 세우기엔 운전길이 상당히 구불구불하고 험하다.
삐헤네 국립공원 (Parc national des Pyrénées). 우리에겐 한니발이 로마와의 전쟁을 위해 넘어간 피레네라는 이름으로 더욱 알려진,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자리 잡은 이 울창하고 거대한 산맥은 마치 두 개의 얼굴을 가진 것처럼 부드러움을 보여주다가도 갑자기 날카롭고 단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가가 보여 잠시 차를 세웠다. 자갈로 이루어진 잔잔한 개울인 줄 알았는데 근처에 댐이 있는지 방류 시 수위가 급격히 높아진다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시원하다. 이제 곧 국경이다.
산맥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니 어느덧 프랑스로 들어왔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국경을 넘었다.
군인과 경찰이 있고, 신분증 불심 검사당하는 그런 분위기를 막연히 상상한 내가 우스울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 애써 준비해온 백신 여권을 한번 사용해보고 싶기도 했는데.
지리적 의미의 섬은 아니지만 사실상 섬나라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이기에 그런 걸까? 자동차로 아무렇지 않게 타국에 가는 경험이 신기하다.
국경.
그저 지도에 그려진 선일뿐인데, 그를 넘고 나니 어느덧 산세도 지붕 모양도 사람도 말도 변해 있다.